북알프스 다테야마 종주 - 2일차

2021. 8. 31. 16:03해외 등산/일본 북알프스 - 다테야마

여행기간 : 2019년 8월 7일 ~ 12일 (5박 6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2일차(8월 8일) 목요일
 
이동 경로
덴테츠 도야마역 - 다테야마 역 - 비조다이라 - 무로도 (室堂 2,450m) - 다테야마 무로도 산소 (立山室堂山荘) - 이치노코시산소 (一ノ越山荘) - 오야마 (雄山, 3,003m) - 오난지야마 휴게소 (大汝休憩所) - 오난지야마 (大汝山, 3,015m) - 후지노오리다테 (富士ノ折立, 2,999m) - 마사고다케 (真砂岳, 2,861m) - 베츠야마 (別山, 2,880m) -  츠루기고젠고야(剱御前小屋 2,760m) - 츠루기사와고야 (剱澤小屋 2,520m) - 츠루기사와캠핑장 (剱沢キャンプ場 )
 

새벽 4시 반경.. 일어났을 것이다
일어나서 사발면을 하나 먹었을 것이다
전날 구매한 내용이 있으니까..
(뭐래는 건지..)
 
아래 사진이 5시 반에 찍은 거니까..

구글맵을 키고 걸어가는데 어제 본 위치와 다르다
여긴 역 뒤편 (어젠 역 앞)
공사 중이다

5시 40분
기차역에 도착하니 한 무리의 백패커들이 보였다

젊은 친구들이었는데 어느 코스로 이동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츠루기다케까지는 같지 않을까 싶다

내가 탈 기차는 立山(다테야마) 6시 3분 기차다

대합실 우측으로 락카가 보인다
다테야마 코스는 어찌가던 이곳을 다시 오게 되어 있다
(한국인 기준...일본인은 좀 더 다양한 교통을 사용할 수 있을테니..)

2번 플랫폼에서 탑승하면 된다
창문에 다테야마(立山)라고 보인다
어릴 적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기본 한자 몇개로 일본 중국에서 잘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방열차는 정말 오래전 것을 사용하고 있다
내가 타본 기차 중 비둘기호(없어진지도 20년은 넘은 것 같다)가 가장 낮은 등급의 기차였는데
여기는 비둘기보다도 낮은 등급의 기차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 셀카 한장

기차 내부다
비둘기호의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일본의 절약 정신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우리보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고 하니 모든 것이 다르겠지만
과연 우리나라라면 이런 오래된 지방열차를 계속 운영하고 있었을까...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어느 산일지
지금에서야 보면. 중앙의 가장 높은 건.. 츠루기다케인가? (설레발 금지다)
 
조용한 시골길을 계속 달린다

7시 10분 경
다테야마 역 도착
아직 더 가야한다
여기서 산악열차를 타고 '비조다이라'를 거쳐 '무로도'까지 가야 비로소 등산이 시작된다

산악열차 시간까진 아직 40여분 가량 남아 있어
역 주변을 둘러본다

다테야마 역 -> 무로도 08시 출발

구마오노미즈(곰왕의 물) 약수다
모두들 한 모금씩 하길래 나도 한 모금
시원하다

열차가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대합실로 이동한다

대중교통으로 다테야마 초입까지 올라갈 수 있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온다

산악열차 첫 차 시간이다
비조다이라까지 가서 전기버스로 갈아타고 이동해야 한다
우리나라 곳곳의 안내판에 중국어 일본어가 있듯이
여기 일본에도 곳곳에 한국어가 보인다
(맨 밑은 어느나라 글자인지..)
가까운 나라
머나먼 나라

경사도가 엄청나다
승객 대부분이 등산객들이다
올라가면서 사진을 찍진 않았구나
경사가 급해서 서 있는 것도 불편했었다

08시 07분
비조다이라 도착
전기버스(명칭 : 고원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약 50여분 정도 소요
다테야마 지역 환경 보존을 위해 전기버스만 운행이 된다고 한다

1번 승차장 

버스 노선
비조다이라(미녀평) ~ 무로도(실당)
일본어로 말하고 한문으로 읽는다

버스 왼편으로 앉아야 올라가는 길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올라가면서 찍은 사진이 몇 없는데
버스 기사가 중간중간에 멈추거나 하면서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난 알아듣지 못하므로 그냥 그러려니 했다

산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내가 가야할 곳임은 확실하다

이 당시에는 몰랐으나
지금 보니 저 봉우리 모양은 츠루기다케가 확실하다
북알프스에서 유명한 산 중 하나인 츠루기다케
이곳에 오기 전에 일본 산악 영화인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劔岳 点の記Tsurugidake: ten no ki)을 보고 왔다
1906년 일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등정된 산이며
산의 경계(지적 측량)를 표기하여 일본의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내용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무로도 도착
첨 이 안내를 보고 화산폭발? 뭐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고
다테야마 연봉(다테야마는 산 봉우리 이름이 아닌 이곳 지역명이다)을 
걷다 보면 바람에 유황냄새를 계속해서 맡을 수 있다
이게 아주 약간... 간혹.. 가끔 불편할 때가 있었다

미리 작성해 온 등산신고서를 제출하고 나서 밖으로 나와 한장찍어 본다

산장 앞은 멋진 풍경들이 펼쳐져 있고
내가 가야할, 걸어야할 곳들이 보였다

등산이 시작되는 바로 경계 지점에 있는 비석
사진 포인트이다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찍고 있고
나도 앞 사람을 찍어줬고
뒷사람에게 부탁해서 한장 찍었다

출발 전에 산에서 내려오는 약수를 담아 출발한다
(아마도 위 비석의 왼편으로 기억한다)
이름은 다테야마 다마도노 노유스이(立山玉殿の湧水) 
어렵다

왼편으로 가면 산행 2일차의 숙소인 캠핑장(약 1시간 정도? 지도에 자세히 안나와 있다)으로 바로 갈 수 있다
2일차에서야 알았지만 이렇게 오는 가족단위도 많이 보였었다

09시 43분
드디어 산행 시작
이번 산행은 백패킹이었다
그동안 1박 2일으로만 다녀봤었는데
여기선 3박4일 동안 백패킹으로 걸어야 한다
내게도 새로운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긴장과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이정표 안내가 잘되어 있어 걷는 동안 어려움은 없었다
 
아까 다테야마역의 약수 이름도 그렇고
연봉의 첫 산인 오야마(雄山)도 그렇고
이 곳에 곰과 관련된 얘기가 많은가 보다

뒤돌아 보면..
무로도 평원은 정말 평온한 모습이었다
8월의 고산이라 덥지도 않고 걷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다

내가 걸어가야할 곳들

올라가는 중에 한장
분명 8월임에도 아직 눈들이 있다
이곳 다테야마는 눈이 많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알펜루트로 잘 알려져 있어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쌓인 눈을 뚫고(제설작업) 이곳까지 길을 만들어 내면
도로 양쪽으로 최대 20m의 눈의 절벽이 생기고 이것이 관광코스의 하나이다
위키백과를 보면.. 이곳 다테야마는 특별 폭설지대라고 나와 있다

저 앞 이정표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뒤돌아 보면
다테야마 무로도 산소 (立山室堂山荘) 인 것 같다
(가질 않아서 건물 이름이 확실하진 않다)
맞다면..
지도에 日本最高山小屋 이라고 적혀 있다
약 200~300년 된 중요문화재라고 한다
 
그리고 뒤쪽의 검은 지붕은 아마도 玉殿岩屋(옥전귀옥)일 것이다
근데 산장인지는 모르겠다. 지도에는 건물표시는 없고 이름만이 있다
 
참으로 넓은 산군이란걸 알수 있었다
이 지점까지는 눈 높이는 모두 평원이니 말이다

이번 산행 중 내가 밟은 가장 많은 눈들

분명 다시 말하지만 
8월이다
내가 입은 옷도 여름 옷들이다
등산화가 짙은 갈색인 이유는..
해외 원정 산행을 갈때 왁스를 항상 2번씩 먹이고 가기 때문이다

얼마 올라오지도 않아 뒤돌아 본다
정말 기가 막힐 정도의 풍경이다
이곳에 오기전 안나푸르나 라운딩에서의 느낌과는 완전 다르다
같은 고원이지만 
거긴 절벽의 산에 가로막혀 웅장함과 강함에 압도적은 느낌이라면
이곳은 표현하자면 산과 고원이 연결되어 있어 평온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금 밟은 눈이 쌓여 내려오던 산

올라가는 길에 조그맣게 있는 신사

눈과 녹색의 풀과 푸르른 하늘의 조화

10시 20분 
40여분 밖에 안 지났음에도 
난 오르는 내내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무로도 산장과 저수지? 연못?, 그리고 이치코소지온천 산장이 보인다

10시 28분
이치노코시산소 (一ノ越山荘) 도착
표고 2,700m 
왼쪽으로 올라가야 할 곳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이 앞까지는 편한 관광로였다면 이후로는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이다

산장 앞으로 나가면
남쪽으로 우라긴자나 오모테긴자..뭐 그 어딘가이겠지..
산 이름을 모르는게 아쉽네

얼마쯤 쉬었을까..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하며 계속 뒤를 돌아보며 무로도 평원을 바라본다
북쪽.. 즉 동해에서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동쪽이 아니라
현재 내 위치인 일본 기준으로는 북쪽이다)

무로도 평원을 당겨보았다
엄청난 크기의 고원이다

오르는 길 기준으로 오른쪽(남쪽)의 북알프스 산군들..
이치노코시산소 (一ノ越山荘)에서 바라본 그 풍경이다

이름 모를 풀꽃이었으나
예전에 오모테긴자를 다녀왔을 때 받은 카다로그에
이 꽃 사진을 얼마전에 본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바위도라지 (이와 기쿄(イワギキョウ[岩桔梗]))이다
북알프스를 3번을 다녀오고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 알았다

올라가는 길이다
이곳은 수목한계선 위라 흙과 바위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눈으로 보기엔 험난해 보이지만
올라가는 길이 다 보이고 경사만 급할 뿐이다
(모든 코스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상상을 초월한 코스가 북알프스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중간에 셀카 한장
뒷 배경이 끝내준다

오르는 길에 수십여명의 초등학생들이 내려 오는 것이 보였다
선생님인지 누군지의 인솔하에 고작 10살 정도되는 애들이 이곳을 오르고 있었다
일본의 등산 문화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한국 산에서.. 그 어디에서도 이렇게 단체로 온 아이들은 본적이 없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절대 보내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곳은.. 비록 들머리까지 버스를 타고 온다고 해도
그 이후부터는 한국의 산과는 전혀 다른 환경의 삭막하기까지 한 곳..
온통 암석과 모래 같은 흙들로 이루어진 길..
이런 곳을 온다니
이들이 커서 일본 산을 정말 빠른 걸음으로 다니게 될 것이다
내가 북알프스에서 본 정말 빠른 등산객들처럼..

아이들이 모두 내려가고 뒤돌아본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류오다케(龍王岳)
도야마대학 다테야마 연구소 건물이 조그맣게 보인다

정말로 최고의 풍경에 난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봤다
 
어느 산에서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단 말인가
눈 앞의 산을 고원으로 둘러쌓고 있고
그 고원은 또 다른 산 봉우리들로 둘러 쌓여 있다
 
거기에 푸른 하늘과 아직은 녹지 않은 눈과
동해에서 넘어오는 구름들...
모든 것들이 완벽한 하루였고
완벽한 산행이었다
 
왼편의 산은 아마도 오모테긴자의 코스인 것 같고
정면에  보이는 산 뒤로 야쿠시다케(藥師岳) ~ 쿠로베고로다케(黑部五郞岳)를 거쳐
우라긴자 코스인 미츠마타렌게다케(三俣蓮華岳)와 연결된다
미츠마타렌게다케는 오모테긴자와 우라긴자를 연결하는 삼각점이다
하지만 다테야마 ~ 미츠마타렌게다케는 
야리가다케를 기준으로 남북 종주에 포함되지 않은 별개의 코스이다

산노코시(三ノ越 2,885m)
이건 성황당 그런 느낌?

조금만 더 올라가면 
다테야마 연봉 중 하나인 
오야마(雄山)이 보인다
수컷 곰의 산이다

다 올라왔다 
20여미터만 가면 된다

11시 40분
오야마 신사 도착
산장(휴게소)을 겸하고 
오른쪽이 오야마 정상이다

일등삼각점 다테야마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이란 영화에서 나온 그 삼각점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동판에는 평성 8년 7월로 적혀있다
일본 연호를 찾아보면 1996년이다

이 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뜸한 곳으로 이동해 
건조식량을 먹었다
그리고 눈 앞의 풍경에 사진 한장
구름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었다

오야마 정상에는 신사가 있다
어디선가 가장 오래된 산악 신앙이라고 본 것 같았다

오른쪽을 둘러본다 
역시 구름이 많아진다

12시 37분
산장에서 뱃지와 생수를 하나 사고 출발한다
입장료도 있고 굳이 일본의 신사에 가서 구경이나 기도를 할 생각도 없었기에
왼쪽 길로 내려가 이동한다

큰 비석은 다테야마 오야마 신사본...객?
중간의 나무 비석 오난지야마방면 종주로
오난지야마 봉우리 약 20분

내려가면서 보이는 무로도 평원
정말 끝내준다
동해에서 구름이 점점 많이 몰려오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하산할 때 가게될 다이니치다케(大日岳)이다

지금 바로 가야할 길

내일 묵을 라이초사와캠핑장(雷鳥沢キャンプ場) 보인다 - 중앙의 누런..? 부분
확대해보면 텐트 수십동이 보인다
그리고 왼쪽부터
라이초온천 라이초산장
라이초사와 흇테
다테야마 연봉 롯지
모두 온천장이다

이동하는 오른쪽으로 쿠로베댐이 보인다

눈 앞은 구름이 하늘을 모두 덮었다
구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신기한 경험이다
아래가 까마득한 아래가 아닌 바로 손에 잡힐 듯한 가까운 아래라 그 느낌이 더욱 달랐다

오난지야마 휴게소 (전체 지도가 아닌 상세도에 표기되어 있다)

오난지야마
난...이곳을 올라갔었던 거구나..
안가고 그냥 지나친 줄 알았다.......

휴게소 뒷편이 오난지야마라서 
우회에서 정상을 간 후 휴게소로 내려간 모양이다

지금까지 본 산장 중 가장 소박하다
물론 이곳은 숙박 시설은 없고 휴게 시설만 있는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꼭 들어가야 했다
 
왜냐하면..

내가 이곳을 출발하기 전에 본 영화는 두개이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이고
 
또 하나는
이 휴게소를 배경으로 한 
'봄을 짊어지고' 이다
아오이 유우가.. 이쁘다

실제로 이 휴게소에서 촬영을 했다
영화에서 지붕에서 이불 말리는 장면

아오이유우...이쁘다
다른 사진은 빛반사;;;;

그래서 아오이유우가 머리 감는 컷만 별도로..

여러가지 소품들..
영화에 사용된 것들이었는지.. 판매용인지는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판매용 음료수, 맥주
이 얼음은 산에서 구한 것이겠지..

잠시 쉬고 떠난다..
뒤로 오난지야마가 보인다
'봄을 짊어지고' 와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 은 모두 잔잔한 영화들이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랬었다면.. 저랬으면..
이런 생각들을 끈임없이 했다

만년설이라 해야 하나?
멋있다

13시 26분
후지노오리다테 (富士ノ折立, 2,999m)
아래 굵은 선 방향인 마사고다케, 베츠야마 방향으로 이동

마사고다케 (真砂岳) 로 가는 길에 보이는 눈들..
그리고..
우라긴자의 노구치로고로에서도 본 것과 같은 흙들..
근데..
헐...이 마사고다케의 마사고( 真砂)가..마사토의 그 마사구나..
まさご [真砂] : 고운 모래, 잔 모래
설마 했는데...
이 길은 더욱 위험하다
잘 미끄러워진다
3번에 걸친 북알프스 산행 중 이런 마사토의 길이 가장 위험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마사의 길과 만년설.. 그리고 녹색
정말 멋드러지게 잘 어울린다
지금 봐도.. 다시 봐도 
좋은 날이었고 좋았었다
다시 가고 싶구나..
북알프스 종주를 한달 정도 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안나푸르나 서킷을 한달 정도 하고 싶다...
그냥 계속해서 걷고 싶다...
난 용기가 없다

중력에 의해.. 눈이 녹으면서 낮은 쪽으로 흐른 흔적들이 보인다
(내려갈 수록 가운데로 몰린다)

파노라마로 찍어본다
썰매를 타고 내려가면 끝내줄 것이다
그러다..죽겠지

이정표가 있는데..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마사고다케 가기 전에
라이쵸사와 캠핑장으로 가는 삼거리이지 않을까 싶다

내려온 길을 돌아본다
능선길이 날카롭게 위험해 보이지만
실제 걷기에는 미끄러짐만 조심한다면 어려움이 없는 길이다

동해에서 몰려온 구름이 이젠 안개가 되어 가는 길을 가리고 있다
좀 긴장이 되기도 했었다
행여나 길을 헷갈릴까봐서..

13시 58분
다테야마
마사고다케 2,861m
북알프스의 산 정상은 소박하다

저 멀리 가운데 보이는 산이 츠루기다케다
넓은 평원 같은 곳이 나오고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서 놀랬었다
도대체 어디서 온 사람들인가.. 하고..
워낙 넓은 북알프스(설악산의 6~7배 가량 된다)이니 어디서건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거지만
그 당시에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내가 가진 지도는 다테야마의 오른쪽(고류다케)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상 이정표의 뒤쪽은 구로베 댐으로 가는 방향이다
구로베 방향으로 가려면
설계 통과 주의
나이오사조산소(內蔵助山荘) 에 확인하라고 지도에 표기되어 있다
 

내려온 길을 돌아본다

무로도 평원을 바라보면 구름과 안개속의 들어가기 직전이다
정말로 멋지기만 하다

베츠야마(別山)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전설기 위험의 안내판이 계속 보인다

그와는 관계없이 바람에 흩날리는 이름모를 풀들..

내 바로 눈 앞은 화창하고 맑기만 한데
무로도 쪽은 구름과 안개로 덮여 있었다

난 아마도 베츠야마(別山)은 가지 않은 것 같다
츠루기고젠고야(剱御前小屋 2,760m)로 가는 밑에 길이 있기에 시간 단축상 지나친거 같다

또 다시 뒤에서 어떤 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14시 58분
베츠야마(別山)을 지나면 츠루기다케가 정면에서 보인다
엄창나게 웅장한 바위 산이다
지금껏 걸어온 길들의 산과는 전혀 다른 검은 바위의 산
아직은 구름에 가려 봉우리가 다 보이진 않는다
 
사진의 중앙 부근에 오늘의 목적지인 
츠루기사와고야(剱澤小屋 2,520m)와 츠루기사와캠핑장(剱沢キャンプ場 )이 보인다

조금 더 당겨서 찍어본다
정말 어마어마하다
일본의 모든 산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서야 등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저~~~기 내려가는 사람이 보인다

드디어 이번 산행의 최종 목적지인
츠루기다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에선 불꽃의 산으로 표현되곤 한다는 산이다

무로도 평원을 다시 바라본다
이 지점에선 라이쵸산장의 안쪽이 보이고
평원의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처음엔 뭔가 했었다
마사고다케 근처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었는데
이 부근에서야 그게 유황 가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유황 냄새를 맡으면서 걸어야 했다

뒤돌아본다
누군가 내려오고 있다

츠루기다케를 가기 위한 갈림길인
츠루기고젠고야 (剱御前小屋 2,760m)
여기서
왼쪽은 라이초사와 캠핑장을 거쳐 무로도로 갈수 있고
오른쪽은 츠루기다케
정면은 다이니치다케 (大日岳, 2,501m)로 가는 길이다
(난 다음날 라이초사와 캠핑장에서 다이니치다케로 가는 코스로 움직였다)

15시 20분
츠루기고젠고야 (剱御前小屋 2,760m)
난 이 산장의 이름이 츠루기다케 가기 전(前) 산장이란 뜻인 줄 알았는데..
지도를 다시 보니
위 사진의 정면 오른쪽 방향이 츠루기고젠 (剱御前 2,776m)이고
츠루기다케는 그냥 오른쪽 방향에 있다
 
1930년에 츠루기사와고야 (剱澤小屋)가 눈사태로 무너지며 사망사고가 나면서 이 산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뭔가 철판으로 임시로 만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료수와 뱃지를 하나씩 사고
삼거리의 이정표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이니치다케(大日岳) 이정표

무로도/라이초사와캠핑장 방향

무로도 내려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무로도
사진 위쪽에 고원버스와 도로가 보이고
중간에 황량한 곳이 유황지대 (땅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게 곳곳에 보인다)
아래에 유황온천 산장 3곳과 캠핑장이 보인다
이 무로도 평원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야마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내일 이동할 곳을 다 확인한 후
산장의 왼편 그늘진 곳에서 츠루기다케를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내 양 옆엔 일본 여자 등산객들 몇 명이 쉬고 있었다
정말 멋진 곳이다
그리고 완벽한 날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외로웠다

30분 정도 쉬고 다시 출발한다
이곳과 관련된 누군가의 동판이겠지만..
난 알 수가 없다 (검색하려해도 뭘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산장에서 내려가는 길은 계곡길 같은 느낌과 경사가 좀 있었다
캠핑장까지 표고 약 200m를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뒤쪽의 산에는 8월 임에도 많은 눈이 남아 있었다

야생화 바람꽃
이곳에서 가장 많이 본 야생화이다

내려가는 길 내내 야생화들이 보였고
굉장히 길게 펼쳐진 베츠야마의 경사가 위협적으로 느껴졌었다 

16시 10분
이정표
츠루기사와고야 (剱澤小屋 2,520m), 츠루기고젠고야 (剱御前小屋 2,760m)
그리고 안보이는 방향은....아마도 베츠야마에서 바로 내려오는 방향일 것이다
 
아마 이 때쯤부터일 것이다..
7시간 가까운 산행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많은 산행을 하며 체력을 꾸준히 관리를 해야하는데..
항상 그러질 못하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지쳐갈 때마다 좀 더 준비를 잘했다면... 하며 아쉬워할 뿐이다

조그맣게 보이던  츠루기사와고야 (剱澤小屋 2,520m)와  츠루기사와캠핑장 (剱沢キャンプ場 )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텐트는 수십동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왼쪽의 건물이 츠루기사와고야 (剱澤小屋)이고 여기서 명부 작성과 텐트 설치 비용(500엔)을 내야한다
그 밑으로 세면대가 있다
오른쪽 앞쪽이 화장실
오른쪽 윗 부분은..모른다.. 가보질 않아서 모른다..

캠핑장과 츠루기다케
구름이 좀 개였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다
 
정말 많은 텐트들이 있었다
1인용, 2인용, 4인용, 6~8인용 등..
이 많은 사람들 모두 츠루기다케를 오르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다

도착해서 먼저 츠루기사와고야 (剱澤小屋)에 텐트 비용을 내고
(산장이 아닌 바로 옆인가에 구조대 같은 곳에 낸다)
텐트 칠 자리를 잡고 때 마침 구름이 개인 츠루기다케를 찍어 본다
딱 봐도 웅장하고 험해 보인다
야리가다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산이 험악하다.. 라는 느낌이 처음 들은 순간이었다

산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텐트를 쳤다
조용한 곳.. 바닥이 그나마 평평한 곳을 찾다보니..
여기서 사용하기 위해 몽벨 스텔라릿지 1인용을 구매했다
 
최대한 많이 검증이 된 텐트를..
물론 국내 제품도 많이 있었지만 그건 검증이 되질 않았다
국내 악천후와 이곳에서의 악천후는 전혀 다르니까..
 
이곳에서 본 텐트의 대부분이 몽벨 스텔라릿지였다
길이가 짧고 출입구가 좁고 설치가 번거로운 등.. 불편함이 있었지만
부피도 작고 가볍고, 무엇보다 검증이 됐다는 것이 
좋았고 신뢰할 수 있었다
 
18시 52분
텐트 앞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이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면대에서 간단하게 물로 그릇들을 씻고
마실 물을 떠온다 - 세면대 물 마실 수 있다)
 
베츠야마 쪽 능선에서 해가 지고 있었다

그 빛을 받은 츠루기다케..
 
어두어지기 시작하자 안으로 들어가 내일 일정을 확인한다
내일은..
이번 일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을 많이 한 츠루기다케를 오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준비도 많이 했으니 부디 무사히 다녀올 수 있기를...

19시 48분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야경인 듯 아닌 듯한 사진이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지만 내가 있는 곳은 어둠이다
중앙에 멀리 켄잔소 (剱山荘)의 불빛이 보인다
 
가장 앞에 보이는 노란 텐트가 내 텐트이다

20시 20분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와 텐트 앞에서 찍는다
여전히 구름이 깔려 있고 달빛은 강해 푸른 빛이 남아 있다

그리고 츠루기다케와 별..
그 동안 산장에서 잠을 잤기에 별을 찍기가 좀 어려웠다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는 이미 다들 자고 있기에 
움직이는데 제약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 혼자 텐트에 있으니 자유롭게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사진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글 실력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그 광경을 눈으로 바라보며
난 경이로움, 황홀감,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장거리 산행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생각만큼.. 걱정한 만큼은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혼자 지내는 밤이..
외롭지 않았었기를....
 
 
처음 북알프스 오모테긴자를 올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이 산군에 매료될 지는 몰랐는데
내 삶에서..
내 등산 인생에서..
유일한 접근 가능한 목표가
이 북알프스 종주이다
여러 코스 중 한두개가 아닌.. 전체를 잇는 단 하나의 종주..
반드시 할 것이다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