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라운딩을 마치며...

2021. 7. 16. 17:17해외 등산/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모든 것이 급하게 결정된 일정이었다

TV에서만 보던 히말라야를 

내 피부와 감각으로 느끼기 시작한지 4년이 지난 시간에서야 

어찌저찌 생긴 시간 덕에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내 몸을 혹사시키고자...

등산인들의 꿈과도 같은 곳이기에

난 이곳으로 왔다

 

난생 처음 외국인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 당황스러운 순간들..이었지만

말도 안 통하니..

손짓발짓 몇몇 단어들만으로 의사소통이 어느정도는 이루어지는 신기한 경험들...

 

'네히트' 카페에서는 가이드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면 주고 오라고..

이것이 나에겐 선의일지 몰라도 그들은 그것을 선의로 받아들일까?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상호작용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준비한 자켓 모자 양말 운동복..

따라는 초반에만 자켓과 모자를 사용했고 이후는 자신의 물건을 사용했다

새로운 옷을 착용하고 가는 것이 적응하는 부분에서 부담이 되었던 것인지..

아껴서 가족을 주려고 한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으나

앞서 말한 선의가 선의로 받아들여지길 바랄 뿐이다

난.. 아직도 사진을 전해 주지 못하고 있구나..

 

내 생애 처음 마주친 거대한 히말라야의 산..

차로 이동하는.. 걸으면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

내가 그 안에 있음에도 눈 앞에 보이는 건 거대한 산의 벽들..

그리고 임도의 한켠에서 언제든 거대한 돌들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길이 막힐 수도 있는 굉장히 낯선 환경들..

그리고.. 실제로 보는 포터의 모습

그 당시 조금은 신기해서 찍은 사진이었지만

트레킹 중 하산하면서 마주친.. 보이는 것들은 포터들의 고난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면바지나 청바지.. 운동화(심지어 쪼리도 있었다)를 신고.. 

험하지는(거의 임도길이다) 않지만 그래도 장거리인 이 코스를 걷고 있었다

이 모습은... 지금의 시대의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낡은 흑백사진 속에서나 존재하는 시대의 노동의 모습이었다

(지금 - 23년 9월 - 은 그 당시 포터들의 사진을 좀 더 찍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좀더 상세한 기록이 되었을테니까..)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 길을 막고 있었고.. 장비가 그걸 깨고 있고

마치 티비에서나 보는 외국의 극한의 길의 한 장면처럼..

실제 그곳에 있었다

드디어 시작된 서킷

숙소에 도착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이미 그 전부터 상당한 눈이 내린 상태)

출발을 걱정과 두려움 등을 갖게 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인들의 실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는 

내 모습이 더 초라하게 보였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일상인 것이다

평범한 일상복과 신발로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걷는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어렵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발은 다 젖을 것이고 발은 얼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그들에겐 일상이다

어제 숙소에 도착할 무렵에 철수한 한국 일행들에게 다른 트레킹 인원들도 철수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실제로 본 나는 어리둥절한 그런 기분이었다

왜 철수를 할까

갈 수 있는데 까지는 가야하지 않은가

함께 모여야 더 멀리 더 오래 갈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오랜 트레킹으로 인한 것인지, 눈 속에 갇힌 여러 날의 피로감인지..

상당히 지쳐 있어 어서 벗어나고픈 모습들이었다

그 후 여러번 철수하는 사람들을 봤지만.. 모두 동일한 상태였다

겨울 등산 중에.. 고작 8시간 정도를 걷고.. 이렇게나 등산화가 젖었던 적이 있었던가

눈의 양이 다른 것인지 눈의 성질이 다른 것인지..

지금도 다시 간다면 겨울에 가고 싶은데.. 이 등산화의 문제를 어찌 해야할 지 답을 찾을 수가 없다

(화로에 말리고 젖기를 반복해서 등산화도 변형이 되었고.. 몇년이 지난 후에는 그럭저럭 신을 수는 있는 상태가 되었다.

다시 안나푸르나를 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때 사용하면 될 것이다. 단.. 밑창이 멀쩡히 살아있다면...)

아침에 일어나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벽과 바람에 흩날리는 눈은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다시 한번 그 모습을 보고 싶다

언제가 될런지.. 

내가 처한 현실과 이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그 시간은 더욱 더 멀어져가기만 한다

이렇게 맑고 화창한 날에 매직아워의 시간(조금은 늦었지만)에 보는 이 모습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산 중에 보았던 눈 하나 없는 산 중 마을과 

눈 안에 있는 산 중 마을의 모습

난 산 중 마을의 모습이 좋다

비록 서로의 삶은 다를지라도..

난 관광객이기에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니까

그 당시에는 그렇게 크게 생각하고 찍은 사진이 아니었지만

지금에서 보면 이 여행의 사진들이 하나 같이 깊이가 있고 그 안에 얘기가 있는 것이 보인다

시간이 지난 것인지 나의 기억이 그렇게 기억을 하는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생각도 못했던..

거대한 산 벽에 둘러쌓인 드 넓은 대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을 갖게 했다

산 속을 걷고 있는 것인지.. 산을 가기 위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철수한 가운데 유일하게 같이 올라가는 길을 택했던 다른 일행

(하산할 때 차메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내가 올라가고 있어 같이 올라갈 결심을 했다고 했었다)

이미.. 차메에 도착했을 때부터 앞선 많은 이들이 철수를 하고 있었고

어퍼피상에 도착할 때까지도 철수를 하고 있었다

마낭까지는 소수인원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수가 없었지만

걷는 도중에는 마치 이 안나푸르나 줄기에..

오직 우리들(한국인 2명, 가이드 2명)만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 알수는 없는.. 쓸쓸한...

이 걸음의 끝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보고자 하는.. 가야만 하는 걸음들..

한국에서조차 이렇게 좋은 날의 산행이 얼마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설산 속에 있는 동안 여러 변화무쌍한 날씨를 겪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가볍게만 느껴졌었다

정말 기분 좋게 사진을 찍은 순간이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보이는 안나푸르나 산맥(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가?)

이 숙소에서...하루를 더 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 남은 그런 숙소였다

희한하게도 나중에 이 사진을 볼때마다

그 아쉬움이 계속 묻어나오고 있다

내가 이곳을 그렇게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을은 보지 못했으나 점점 매직아워에 다가가고 있는 순간의 

마낭 마을

마을이지만 현재(그 당시)는 상당수가 비어있는 걸로 알고 있다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철수를 했고

이곳에 삶의 터전이 있는 일부 사람들만 남아 있다

다음날 잠깐의 더 올라가는 걸음걸음에서 몇몇 사람들이 남아있는 것을 보았다

이 혹한의 눈 속에서의 삶이란.. 말로 설명하기도 상상하기도 어렵다

난.. 모든 것이 편안하기만 한 도시사람이라..

중앙의 봉우리 어딘가에 있는 틸리초 호수를 가고 싶어

수없이 일정을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여행사와 상의하고 하였으나

결국에는 멀리서 그저 봉우리를 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더 이상 갈 수 없음에...

나의 마음은..

더욱 무너져 가고 있었다

해외 원정 산행만 오면.. 늘 보름달 언저리..

구름 한 점 없는 이렇게 화창한 밤하늘에...

그래도 별은 선명하게 잘 보였다

이 깊고 밝은 밤은.. 심지어 그리 춥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너무나도 춥기만 했다

더 이상 갈 수 없음에..

내 몸과 마음을 더 이상 혹사 시킬 수 없음에..

이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음을 알기에...

하지만 어김없이 해는 떠오르고..

(이 세상 변함없는 여러 진리 중 하나이자 유명한 명대사인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니까!!')

이것만큼 원망스럽고 기대섞인 말이 또 있을까....

그 덕분에 현재까지 내 인생.. 등산 인생..

최고의 광경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이것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아직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최고'라는 단어를 함부로 붙이지는 않겠다

그 가고자 하는 길이 막힌지가 벌써 4년이 넘어서고 있다(이 글을 수정하고 있는 지금은 23년 9월이다)

마음은 무너져내렸고 희미한 불씨와 미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등산은..언제나 내게 이런 것이다

힘든 순간 날 위로해 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벗...

 

이른 아침의 야크들은 살기 위해 움직이지만..

난... 죽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 같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더 이상 갈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단 하루를 더 걷고 싶어.. 나를 더욱 혹사시키고 싶어

발걸음을 옮겨본다

하지만 더 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나는..

그 하루의 대가가 엄청나게 크게 돌아올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나는..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나를 따라 동행하고 있는 따라는 아무 잘못도 없으니나로 인해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여기까지였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길 옆의 누군가의 집 옥상에 올라 30여분을 먼 산을 바라보며

그저 넋 놓고 있었고.. 눈시울을 붉혔다

모든 것이 끝나는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멈춰야 함을 아는 순간..

그래야 함을 결정하는 순간..

나의 모든 아쉬움들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미련을 끊어내지 못한 채 뒤돌아서야만 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절망만이 내 앞길에 놓여있을 뿐이었다

절망으로 가득한 길을 가야만 하는 마음은

죽은(죽어 있는..) 마음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그저 걸어가기만 하는...

되돌아 가는 길은 점심 이후부터 날씨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날씨도 내 마음을 아는 것이지..

다음날 하산할 때는 화이트아웃 같은 걸 경험도 해보았다

길이 보이질 않았다

주위는 온통 하얀색과 눈보라인지.. 눈안개라고 해야 할지..길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경험 많은 따라가 길을 잘 잡고 가고 있어 난 뒤따라 걸을 뿐이었다

겨울에 물을 구하는 방법..

실제 내 눈으로 보게될 줄은 몰랐다

이 곳의 난로를 보면서.. 난방 효율에 대해서 가끔 생각을 하곤 했다

들머리라 할 수 있는 차메까지 철수하는 마지막 길은..

쉬이 보내주지는 않는다..는 것처럼 좋지 않았다

쌓여 있는 눈들도 녹아있고.. 새로운 눈은 계속 내리고 있고

안개와 바람들..

겨울에 이곳에서 산행을 할 때 어떤 장비들을 선택해야 하는지 일정 내내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다음에.. 언제일지는 모르는 그때를 위해...

들머리 격인 차메에 도착해서

며칠만에 온천에서 씻을 수 있었다

아주 깨끗한 그런 걸 생각하면 안된다

어디까지나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거름망 같은 걸로 걸로 물을 받아 사용할 뿐이다

산행 내내 내 무릎과 발목을 보호해준 고마운 테이핑..

힘든 산행과 함께 제대로 씻지 못함에서 오는 불편함은 겨울이라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따스한 물 속에 몸을 담구어 보니 안락함을 느끼는 것은...

내 생각과 마음보다는 내 몸이 더 정확하게 나를 알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숙소에 머무는 동안 올라가는 중에 다른 곳에서 있었던 조난 사고 얘기를 숙소 아주머니께 들었다

여러 사고가 있었고.. 그 중 1명은 찾지 못했다는 얘기..

난.. 이 산행을 시작하기 전.. 하는 중...에

폭설에 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발생할..아니 생길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또한 나쁘지만은 않을거라는...(어디까지나 나만을 생각하고 내 기준에서만 이다)

그런 생각과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용기는 없었기에 지금 이렇게 이 글을 다시 읽고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말은 쉽지만 행동이 어려운 법이다

 

이번 여행 중에 따라를 제외하고 아마도 유일하게 찍어 준 현지 사람이다(어른 기준)

네히트 카페에서 현지인들을 찍는 것을 실례가 될 수 있다고.. 한 글을 철썩같이 믿었기에..

하지만 이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아이가 계속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에

엄마(아마도?..)와 함께 찍어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내가 이 순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왜 고민을 하는가 하면..

여러 작가들의 사진을 보면.. 

현지인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진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근접촬영(망원렌즈일 수도 있지만) 사진까지..

 

약 보름간의 여행동안 현지인들의 사진이 없으니..

그냥 난 쭉~~~ 둘러보는 아이쇼핑 같은 기록밖에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행 내내 계단식 경작지와 건물들을 보며..

이런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삶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난 힘들 때마다 산을 찾았다

산을 다니는 중이 아닌.. 산행이 멈추진 시간에 말이다

오직 안일하고 나태한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이런 말같지 않은 소리는 정말 말같지 않은 소리다)

 

그저 날 괴롭히기 위해 산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내게 산은 그런 곳이다

죽고는 싶으나 죽지는 못하는 인생..

살고는 있느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

 

그저 내 몸을 혹사하고 괴롭힐 것이 필요한...

 

그래서 이 곳에 오게 된 것이지만

난 죽음 대신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서 내 몸이 더욱 혹사되지 못함에 괴로워하고 힘들어 한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고 그 아쉬움에 여전히 힘들어하고

악순환이라 하거나 인생의 회전목마라고 해야하나..

가장 쉬운 말로는 늘 반복되는 인생이다

 

난....

지금 이 순간에도 날 혹사시킬 수 있는 산을 가기를 원한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브로드피크>

난 이런 등산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두 단어를 떠올린다

'죽음'

'행복'

 

산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