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라운딩 - 12일차

2020. 8. 9. 14:01해외 등산/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여행기간 : 2019년 2월 13일 ~ 27일 (14박 15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12일차 (2월 24일) 일요일

 

이동 경로

포카라 관광 (피스파고다 ~ 데비스 풀 ~ 케이브 ~ 시내)

 

=> 애초 일정 : 고레파니 (Ghorepani 2,750M) ~ 푼힐전망대 ~ 난게탄티 ~ 반단티(Banthanti) ~ 울레리(Ulleri) ~ 나야풀 ~ 포카라

 

오늘은... 새해가 밝았다

2021년..

벌써 안나푸르나를 다녀온지 2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한달뒤면.. 2년이다)

 

그 동안 내겐 여러일들이 생겼고..

평생의 소원이었던 것을 드디어 이 늦은 나이에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쓰는 지금..

2년 전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왠지 꿈 속에 있는 듯한, 뭔가 안개 속에 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난.. 그 때로 다시 가고 싶다

이미 나의 체력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코로나와 결혼 준비로 운동을 전혀 못했다)

다시 체력을 끌어올려야 하겠지만..

마음이 예전같지는 않고 안주를 하고 싶은 생각이 좀 강해진 것 같다.

 

 

트레킹과 관련된 모든 일정은 끝이 났다

귀국까지 남은 시간동안은 이곳 포카라에서 관광으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관광... 내겐 가장 힘든 일..

가이드가 있어서, 말이 통해서 질문과 답을 들으며 하는 것이 아닌..

그저 따라다니는 것에 불과한 관광..

이건 내겐 그저 의미없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모처럼 늦은 시간(7시 20분 경)에 일어나 셀카를 한장 찍었다

수염은 생각보다 덜 자랐고

입술의 화상은 많이 좋아졌다

숙소 발코니로 나가보았다 (그러고 보니 숙소 사진을 안찍었나보다)

포카라의 아침 풍경을 보고 싶었다

 

발코니 오른쪽으로 흐린 안개 속에 저 멀리 산이 보인다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무슨 산이었지..

(글을 쓰다가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알게 되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마차푸차레' 이다!!)

정면에 보이는 공사 중인 건물

이곳에서 본 건물은 보이지 않는 부분인 뒷쪽은 거의 마감을 하지 않는거 같았다

왼쪽 산위 보이는 하얀 점이..

기억 안난다

관광지이고 저길 갔었다;;

대여하고 운행 첫날부터 스틱 하단 부분이 빠지면서 결속 부분이 꺽였는데

따라가 사용할 수 있게 잘 해주어서 오랜 시간동안 잘 사용할 수 있었다

이것이 없었다면 쉬운 산행이었다고는 해도

많은 부담이 가중 되었을 것이다

따라에게도 고맙고 잘 버텨준 스틱에게도 고맙다

로비에서 아침 식사(간단한 서양식 식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동양인은 나 혼자..

사진을 찍는 것은 실례일 것이다

분명..

 

 

9시경에 따라가 찾아왔고 페러글라이딩을 타러가기 위해 업체로 갔다

그곳에서 영어로 어쩌고 저쩌고 하는 설명을 들었다

안전 주의 사항일 것이겠지...

그리고 고프로 영상을 찍어주는 옵션을 선택했다

 

9시 50분

거기서 나와 장비가 실제로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설명을 들은 업체는 상담, 계약 위주인 것 같다)

 

가는 길에는 레저업체들이 즐비했었고 

도착하여 잠시 기다리니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거대한 부피의 장비들...

근처의 산에 도착하니 왠 여자분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는... 우리의 짐 중 하나를 이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실 산이라고 해봐야 이미 차로 올라온 것이고

내린 곳에서 10여분 미만 정도만 올라가면 되는 곳이라...

뭐.. 그리...

하지만 부피상으로 보면 어림잡아 20~30kg는 되어 보이는 짐이었다

올라와 보니 페러글라이딩을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일부 현지인들은 그런 모습을 구경하는 것인지..

이곳이 동네 뒷산 같은 곳인지..

관광객, 페러글라이딩을 타는 사람들, 현지인들이 뒤섞여 있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산 정상에서 타는 것 같은데..

여기는 산의 중간 쯤에서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산의 중턱 부근임에도 어김없이 건물들이 있었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새들

아마도 독수리로 생각이 된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난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멀리 보이는 계단식 밭과 건물들...

이곳은 네팔이다

그리고 이곳 포카라는 주변의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으로 인한 분지 지형인지

공기 순환이 되질 않는 것인지

계속 뿌연 하늘이었다

순서를 기다리며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

그들을 대상으로 작은 찻집이 있었다

간단하게 바람만 막을 정도의 건물이다

운 좋게 낮게 날고 있는 새를 찍으니 독수리가 맞는 것 같다

망원렌즈가 정말 갖고 싶었다

페러글라이딩을 하는 많은 사람들..

낙하산의 모양과 점으로 보이는 사람이

마치 물음표가 떠 다니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배트맨에 나오는 리들러라고나 할까..

이제 내 순서가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한번 카메라를 목에 잘 걸어놓고 강사?(뭐라고 불러야 하는거지?)와 준비를 했다

옵션으로 선택한 동영상 촬영 시작

장비를 몸에 걸치고 준비하면서 옆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난 장비를 착용했고 강사?는 착용 전에 사진 한장

하늘에는 형형색색의 물음표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이후 나는 강사의 장비에 연결되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나도 같은 물음표가 되기 위해서...

마치 나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타면서 느낀것은 

'정말 편하다' 라는 것이다

내가 조종하는 것이 아닌 강사의 조정에 의해 움직이는 거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강사 또한 이것이 서비스 업이니 위험을 감수하고 탈 이유가 없었다

그저 가장 안전하게 나를 태워주고 있었다

강사는 계약되어 있는대로 사진을 계속 찍어주고 있었지만

난 별 다른 감흥이 없었기에 담담했다

내 카메라로 모든 것을 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다가왔을 뿐이었다

낙하산 전체가 나오기 위해선 내 가랑이 사이로 찍어야만 했다

정말 신기했다

물음표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페러글라이딩을 마치고 주변 관광을 위해 따라와 같이 움직였다

 

숙소 근처의 한식당에서 돌솥비빕밥을 먹었다

(기억을 잃었으나, 일정표 정리한 파일에 지출 내역이 남아 있었다)

그냥.. 김밥나라 이런데서 먹는 그런 느낌이었다

 

참 화려한 버스 내부 마감

아메바 인지 미트콘드리아 인지..  같은 그런 단세포 같은 문양

세계 공통의 문양인가 보다

버스를 타고 갔는지..

중간에 택시로 갈아탓는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산 중턱에 내려서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여느 관광지처럼 상점들로 가득했다

 

일본산묘법사

오른쪽의 현판이 우숩다

WORLD PEACE PAGODA (세계평화의탑)

언제적에 세운 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욕부터 나왔다

 

 

 

일본 놈들이 세운 절이란다

여길 왜 데리고 온건지..

그래도 절은 절인지라

경건함이 있었다

저 탑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신발을 벗어야만 했다

비록 일본놈들이 만든 시설이었지만

그래도 절은 절인지라 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내 어지러운 마음

실패로 끝나고만 내 여행

다시 올 수 있는 기약이 없는 여행

여러가지 복잡한 것들이 가득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탑을 한바퀴 돌며 불상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불상과 조각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것인데 난 알지를 못한다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여 내 마음을 위로할 뿐

절에서 바라보는 포카라 전경

주변이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분지 지형이라 대기가 좋진 않은 거 같았다

다 둘러보고 내려와서 한장

미안하다 따라

이런 저런 핑계로 난 아직도 따라에게 사진을 보내 주지 않고 있다;;

따라가 찍어 준 사진

초점과 수평은.. 뭐 이해한다

7일 이상을 걸었음에도... 별로 살은 안 빠진거 같다

평범한 트레킹이어서 그런건가..

고도가 높다는 것을 제외하면 난이도는 정말 낮은 수준이다

여기저기 자신들이 세운 거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은 정말 안 좋았다

이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데비스 폭포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나서.. 블로그 검색으로 찾아냈다)

그냥 좀.. 신기한 계곡 같은 그런 곳이었다

같이 붙어 있는 동굴로 이동해서 

내려가는 계단에 조각되어 있는 조각품들

독수리 밑의 남녀

그들만의 신화의 내용이 표현되어 있을 것이다

아래에 보면 저.. 3개의 거시기와 그 위의 뭔가는

뭘까..

이 동상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소 밑 화형당하는 사람

동굴로 들어가니 보수 공사 중인건지

보강 공사 중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두었다

처음에 지상에서 본 폭포의 아래 부분이다

좀 밝게 찍으면 주변은 이런 모습들

신기할 거 없다

그저.. 이런 곳이 있다..

그러니 구경이나 가자 

그런 관광인거 같다

뱀을 신성시 하는 나라..인지

힌두교 쪽인지.. 

저어쪽 어느 나라들 신화들 보면 이런 뱀을 신앙의 대상인지

공포의 대상인지로 여기는 곳들이 있다

어릴적이나 지금이나의 감정은 미개하다. 

내가 싫어하는 파충류라 그런 선입견이 강하다

 

이곳을 나와 따라와 시장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번화가 같은 곳이었고 이곳에선 높은 건물과 차들이 많이 있었다

무엇을 보고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둘러본 것 같았다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에 바라본 외곽의 도로

마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듯한 그런 인상을 많이 받았다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한 근래의 영화들을 보면 이런 비슷한 곳이 많이 나와서 그런가 보다

(물론 그 지역은 이곳보다 더  심각하다)

이런 걸 볼때마다(필리핀에서, 이곳에서) 느끼는 건 사람이 사는 건 역시 각자의 노력과 정치가 결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도는 가난한 나라일 수록 더욱 높다

삶이 나아질 수록 우리는 행복과 멀어지기만 한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과 시기로 인해...

포카라에 도착하여 따라와 함께 탄도리를 먹으러 갔다

손님은 우리 포함하여 1팀 정도 뿐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닭튀김은.. 조금 탔었고, 난은 맛있었다

반찬은 오이 3조각 정도였다

먹으면서도 다른 나라들의 반찬 문화를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비록 내가 식탐이 없다 하더라도 이런 문화는 좀 그렇다

식사 후에 따라에게 그동안의 함께 수고해 준 것에 대한 팁을 줬다

2500루피... 한국 돈으로 24000원이다

11일치의 노동의 대가... 물론 여행사에서도 일부를 받긴 하겠지만...

난 사전에 여행사에서 주의 받은대로(네히트에서도 본 대로) 더 이상의 비용을 주진 않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더 이상의 비용을 주면.. 

가이드 및 포터의 인건비들이 상승하게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

난.. 그것이 맞는 건가 싶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 로는 단돈 만원이라도 더 주는 것이 당연지사였지만..

나만 오는 곳이 아닌지라.. 

그 룰안에서 움직이게 되었다

 

그렇게 따라와 헤어지고 나서  

포카라의 밤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다

한 여행사에 진열된 트레킹 일정들...

지금 보니 안나푸르나 서킷은 14~18일을 기준으로 하는구나..

18일은 아마도 서양 기준일 것이다

그들은 여유로운 여행을 하니까..

14일은 아마도 우리나라 기준이겠지

우리는 짧은 일정에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야하니까...

포카라의 밤 거리 사진은 찍진 않았나보다 

 

트레커들을 위한 장비 대여점(짝퉁)들을 멀리서 구경하고

배낭에 걸 작은 인형 같은 걸 사려고 둘러도 보고..

 

서점 앞에서..

다시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생각보다 쉬웠던 코스에 대한 실망과

차라리 일본의 북/남/중앙 알프스를 다니자를 생각 속에..

 

한참을 고민한 끝에....

ABC, EBC, 랑탕? 인가? (지도가 집에 있어서....)

히말라야 트레킹과 관련한 지도를 샀다

언제 또 올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또 오고자 하는 목표를 정하기 위해..

 

그리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K2 매장(맞나? 한국브랜드였는데..)도 보였던 같고..

그러다 큰 티비가 놓여 있는 매장 앞에서 멈춰 섰다

 

그 티비에서는 에베레스트가 나오고 있었다

헬기로 구조를 하는 내용인지..

풍광을 촬영하는 과정인 건지..

아.. 설명하기 힘들다

 

헬기도 보였고 착륙하는 장면... 사람들.. 

마을인지 대피소인지.. 모를 건물들...

 

난 넋을 놓고 10여분 정도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넋을 놓고 티비를 보면서

난.. 그곳에 가고 싶어했다

그저 막연히... 도전정신, 호기심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그저 막연히...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난... 기본적인.. 기초적인.. 이라 생각했던 이 서킷도 완주하지 못했다

비록 나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안나푸르나 여신의 뜻이었다 할 지라도..

 

그 하루를 더 가지 못했던 것이..

그 선택을 한 것은 결국 나였기에..

 

그 하루의 시간이 미지의 세계였기에..

그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난 포기라는 선택을 했었다

 

그런 생각에.. 

 

경이로운 에베레스트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과 허탈함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난.. 패배자였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

트레킹과 관련된 출발과 시작점인 이곳 포카라를 떠나면

 

정말 모든 것이 끝나는 이 순간에

 

난.. 패배자라는 절망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