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라운딩 - 11일차

2020. 5. 8. 15:45해외 등산/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여행기간 : 2019년 2월 13일 ~ 27일 (14박 15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11일차 (2월 23일) 토요일

 

이동 경로

바훈단다 (Bahundanda  1,310m) ~ 나디(Ngadi  900m) ~ 베시사하르 ~ 포카라 (페와 호수 ~ 마사지 ~ 시내)

 

=> 애초 일정 : 타토파니 (Tatopani   2,720M) ~ 고레파니 (Ghorepani 2,750M)

 

 

6시 30분 경 기상

변함없이 잘 일어난다

오늘이 드디어 마지막.....

이 걸음도 끝날 때가.. 

멈출 때가 온 것이다

 

나갈 준비를 하고 상태가 어떤지 셀카를 찍어보았다

뭔가 어색하다

수염이.. 무슨 양아치도 아니고.. 저리 난단 말이냐

일어나서 바깥을 살펴보고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이 마을은 능선에 형성되어 있었다

왼편으로 올라와서 오른편으로 내려간다

걸어온 길 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설산

이미 여명을 밝아와 있다

마당으로 나와서 어제 찍지 못한 사진을 찍었다

왼쪽이 주방이고 정면이 식당이다

이렇게 큰 마당과 정원을 갖춘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비록 모든 시설들은 낡아서 부서질 것만 같았지만

바깥으로 나와서 보는 이런 경치는 좋기만하다

 

따라는 이미 짐을 다 정리하고 배낭까지 가지고 나와 의자에 놓고는

오랫만에 면도를 하고 있었다

면도기를 갖고 오다니..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마당의 터줏대감처럼 커다란 크기였다

난...

벌레가 있을까봐 조심스럽게 지나다녔다

헹여라도 볼 까봐..

헹여라도 내게 달라붙을까봐.... 

아직 달은 저물지 않고 있었다

마당의 끝부분의 난간에는 자그마한 꽃밭이 있었고

이곳에 여러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꽃들 중 하나인 맨드라미도 있었다

징그럽게 생겨서 싫어한다

내가 묵었던 숙소 건물..

중국의 오래전 시대극에서 보던 건물을 생각나게 했었다.

건물 앞에 있는 꽃밭에 피어있는 당연히 이름모르는 꽃..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어제 찍지 못한 메뉴판

사전 조사를 할 때 보았던 그 메뉴판이었다

메뉴는 정말로 많다

구구절절.. 다 적어놓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읽다 보면 뭔지 알듯해 지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오래전의 레스토랑의 메뉴 구성이란 걸 알 수 있다

식사를 하기 전... 

레몬티가 나왔는데..

개미가 들어있었다

단백질 공급을 위한 것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설탕통 주변으로 개미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인간이나 곤충이나 단 거에는 약한 존재다

 

이런 걸 볼때마다 우리나라 야사에 나오는...

물 바가지에 나뭇잎 하나 떨어뜨려 놓았다는..

그런 얘기가 떠오른다

뜨거우니 데지 말라고 이리 준건가?

식당은 지금껏 봐왔던 곳과는 사뭇 다르다

어제 처음 들어왔을 때의 느낌은 유람선이나 잘 차려진 식당 같았었다

이미 해는 떠 있지만 산이 높아 해가 솟아 오르려면 좀 더 있어야 한다

봉우리에 살포시 노오란 햇살이 얹혀있다

식당 우측 끝에서 본 밑의 집의 나무

이 숙소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거 같았다

짐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어제 찍지 못한 사진을 찍어본다

이곳 안나푸르나에 와서 묵은 숙소 중 가장 열악한 곳이었다

문도 공사장에서 주워다 만든 것 같은 합판에 각목으로 만들었고

천장이나 침대 모든 것이 곧 부서지거나 할 것만 같아 보였다

07시 52분

어느 듯 햇살이 강해졌다

어느 방향에서 찍은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1층으로 내려와 샤워장을 찍어본다

아.. 이건 정말...

괜찮다

그냥..저냥.. 써야지 어쩌겠는가

한가지.. 아쉬웠다면... 비누가 풀리지 않아서 그냥 물로만 씻는 그런 느낌이었고

물은.. 과연 괜찮은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곳의 물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나 계곡물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정수란 개념은 없고 그냥 자연 그대로의 자연.. 이었다

이제 마을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어제 마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도로? 중간에 보이는 큰 나무는 찍지 못하고 그냥 내려가기만 했구나..

그 도로 좌우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은 정감이 갔었는데...

찾아줘서 고맙다..

안녕..

이젠.. 안나푸르나 써킷과는 멀어지는 것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내 마음 속은.. 온갖 아쉬움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지만...

그건 내게만 해당되는 것이었고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흐르고 있었다

위의 일주문 같은 곳에서 10여분만 내려가면 나즈막한 곳이 나오고

어느덧 산을 벗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산 중간에 있는 것이다)

 

어느 덧 집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옥수수를 이렇게.. 볏짚 쌓듯이 쌓아 놓았다

중간에 마을 속의 골목길을 지나왔다

동네 아이들이 먹을 걸 달라했지만 난 줄 수 있는게 없었다

트레킹을 준비할 때

모카페에서 '제발 아이들에게 먹을 걸 주지 말라. 사진을 찍지 말라' 라며

온갖 잘난 척들을 해대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난.. 내 가치관 자체가 

내가 사는 곳보다 못한 나라는 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내가 뭐 잘났다고 그 곳에 가서 그들보다 잘났다는 우월감을 가진단 말인가?

(하지만.. 중국, 베트남, 필리핀을 갔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른것이구나..)

그런 저런 이유로 주지도 못했고, 사진도 찍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좀 아쉬움과 후회가 남기도 하다

(물론 이곳에서 2명의 아이들을 찍기는 했지만... 그들은 그 순간 머물며 나와 함께 한 아이들이었고

지금 이들은 내가 지나는 순간인 것이 차이가 있었다)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런 다리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고

밑의 물살이 세거나 계곡이 깊거나하면

괜시리(당연한 것이겠지만) 쫄리는 것이 있었다

따라가 날 찍어줬지만..

난 사전으로 서 있는 기술을 발휘하고 있었고

난 그냥 그대로 굳어 있는 모습이다

다리를 건너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보였다

버스에 붓다라고 적혀 있다

'나디' 라는 마을이다

이젠 문명세계에 온 것인가 보다

이곳은 정거장이라기 보다 터미널 같은 느낌이 강했었다

따라는 버스 시간인지.. 노선인지.. 무언가를 알아보고 있었고

난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버스 회사 이름이겠지..?

건물을 짓고 있었다

손으로 콘크리트를 만드는 모습이 그 옛날..

내가 군대가기전 막노동을 할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출발해야 한다며 따라가 날 불렀다

이젠.. 정말 끝났다

7박 8일간, 130여km의 걸음이 여기서 멈춘 것이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막연히 생긴 시간에 '그저 가봐야지..' 하는 생각에 이곳까지 와서는..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고..

난..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겪고 싶었었다

걷다가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 고통도...

고도로 인한 산소 부족도... 그로 인한 고산증도.. 

모두 겪어보길 원했었다..

중략하고..

 

아무튼 버스를 타고... 

그간의 걸음을 멈췄다...

버스의 내부는 엄청 화려했다

아마도 종교적인 영향으로 이리 장식을 했을 것이다

나와 함께 고생한 가이드 겸 포터 따라

오른쪽의 남자가 승무원? 계산을 하고

왼쪽의 올빽으로 머리 넘긴 아니는 짐을 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버스는 약 70여분을 달려 베시사하르에 도착을 했다

도착해서는 조금 큰 동네 정도처럼 보였는데..

포카라를 가기 위해 다른 차량을 탈 수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언덕을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면 어마어마한 전선들과 저 멀리 보이는 건물들..

이곳은 상당히 큰 도시였던 것이다

그 동안 이곳의 몇백분의 1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부락이나 촌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기까지 했다

10시 50분

따라는 택시를 잡기 위해 이것저것 흥정을 하고 있었고

난 앞에 보이는 호텔에 들어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왔다

나와서는 과일가게에서 네팔 오렌지, 인디 오렌지를 구입했다

 

그런데....

따라가 택시를 잡았는데 뭔가 이상했다

 

하산할 때 부터 따라가 택시를 강조하더니 뭔가 당한 느낌이다
베시사하르에 도착해서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하더니
나한테 포 파이브 헌드랜드라고 그랬다 (4백~5백 이라고 이해했음)
난 왜이리 싸지?
버스를 타면 요금은 350이고 3시간이나 걸린다면서?
생각하며 앞의 호텔 화장실을 다녀오니 그냥 가자며 걸어간다


그러자 바로 택시 기사가 뭐라하니 그냥 타자고 한다
차 탄지 5분쯤 뒤에서야 기사가 자기 핸드폰으로

숫자 4500을 보여준다;;
따라 이자식.. 이거 왜 이러지?
시간이 지날 수록 뭔가 맘에 안든다
그 당시 생각은 자기가 편하게 가려고 택시를... 타자고 한 것과
커미션을 받을라고 한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며 중간 어느 마을에서..

(도로 양쪽으로 상가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잠시 쉬고는 

다시 포카라로 향했다

 

아.. 그런데 이번에도 지랄이다

택시 기사 놈이 숙소까지 데려다 주고는 돈을 더 달라고 한다

자기는 포카라까지였지 숙소까지는 추가 비용이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금액을 얘기하길래 돈을 더 주고 끝내려 했는데..

잔돈이 없었다 

그래서 1000을 주고 거슬러 달라고 하니 실실 쪼개면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그냥 간다

이 쉐이들 대체 뭐지..

기분은 정말 더러웠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이방인인데..

 

아무튼 따라에게 집에 갔다와서 저녁 같이 먹자 하고

숙소에 들어가 짐을 대충 던져 놓고 씻고 나와서

(숙소 사진은 찍은게 없나 보다..)

(포카라에서 처음 출발할 때 맡겨 놓았던 캐리어는 무사히 이곳에 도착을 했다^^)

(난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할 까봐 무척 조심스러워 했고, 걱정이 많았고, 불안했다)

 

따라와 같이 포카라 시내를 구경한다

17시 08분

많은 곳을 다녀보진 못했지만 어느 나라던 중심가라고 하는 곳에는 

모두 상점들이 즐비하다

먹고 마시고 사는 것들...

고작 며칠을 산 속에 있다가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마치고 관광지로 들어오면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포카라에는 페와 호수라는 관광지가 있다

이곳에서 배도 타고 뭐도 하고 어쩌고 저쩌고..들 한다

여기도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호수를 바라보는 곳에는 먹거리들이 모여있다

참 신기하다

정말 사람들이 사는 것은 모두 다 똑같다

어찌 인종과 환경 문화가 전부 다 다름에도

먹고 자고 즐기고 하는 것들은 이리도 똑같을 수가 있는건지..

신기할 뿐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곳에서 쥬스 2개를 사서 따라와 하나씩 나눠 먹었다

뭘 먹었는지는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낚시 배들일 것이다

호수가 굉장히 넓었고

빨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빨래를 하는 호수라...

포카라가 네팔에서 번화한 도시 중에 하나일지라도 힘든 사람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어느 세상이나 다 똑같은....

해는 점점 기울어가고 있었다

산을 벗어난지도 어느 덧 반나절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치 나의 여정이 끝나감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었다

마지막 햇살을 뿜어내는 것만 같은 그런 모습....

잠깐의 구경을 마치고 마사지를 받으러 왔다

사전 정보에 의해 몇번 본 마사지 샵으로 따라에게 안내를 부탁해서 왔다

넓은 정원과 카페 그리고 마사지샵이 한 곳에 있는 곳이었다

 

따라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난 혼자 1시간 가량을 받고 나왔다

시원했었는지.. 개운했었는지.. 는 모르겠고

갈아입으라고 준 처음 보는 속옷 같은거에 살짝 당황을 했었다

이 후 한국인이 운영하는 삼겹살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서인지 십여명의 한국인들이 있었고

아이들이었는데.. 무슨 단체였던 거 같았다

 

따라가.. 의외로 한국음식을 잘 먹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반찬을 다 먹은 따라

참 고생많았다

노련한 가이드였기에 중간중간 나의 실수인지 본인의 실수인지 모를 상황들을

요리조리 피해 더 이상의 문제가 없게 했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 따라와 헤어지고 난 포카라의 밤 거리를 걸었다

사진을 찍진 않았나보다 

 

트레커들을 위한 장비 대여점(짝퉁)들을 멀리서 구경하고

배낭에 걸 작은 인형 같은 걸 사려고 둘러도 보고..

 

무언가를 사고 싶었지만 살 용기는 없었다

 

나를 위한 기념품으로 팔찌 같은 것도 사고 싶었지만진열되어 있는 물건의 가격은 상당하여 (그래봐야 몇만원 이었다)그조차도 사기가 어려웠다

 

이 곳에 오는 것을 급하게 결정하였기에 국내에서 여행사를 선택하여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들인 비용보다 더욱 저렴하게 다녀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급하게 하면 모든 비용들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것

 

뭐.. 그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속에서 고민만 하며 사지는 못한 것이다

 

그렇게 밤 거리를 쓸데없이 헤매다 숙소로 들어왔다

 

호텔 침대에 누워 어제까지만 해도 산속을 걷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분명히 걸어온.. 지나온 길들인데..

그것이 내것 같지 않고..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어느새 나는 이곳 포카라의 한 호텔 침대 위에 누워 있다

 

나의 경험치가 부족함에서 오는 일들이라 생각한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여행은

과정과 결과는 있었지만

내게 결말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산과 눈속에 파묻힌 들을 걸으면서도 난 무엇하나 알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