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라운딩 - 10일차

2020. 4. 5. 16:55해외 등산/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여행기간 : 2019년 2월 13일 ~ 27일 (14박 15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10일차 (2월 22일) 금요일

 

이동 경로

자갓 (Jagat  1,300M) ~ 샹제 (Syangje  1,100M) ~ 바훈단다 (Bahundanda  1,310m)

 

 

=> 애초 일정 : 묵티나트 (Muktinath  3,760M) ~ 까그베니 (Kagbeni  2,800M) ~ 좀솜 (Jomsom  2,720M) ~ 타토파니 (Tatopani)

 

 

이날은 7시 넘어 일어난 것 같다

오늘은 걸어야할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여느때와 같이 짐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고 출발 준비를 했다

 

숙소 대문 우측에 수돗가가 있는데

이곳에서 계속 보던 것처럼 수도꼭지에 스타킹 같은 천이 매달려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양치를 했고

가져간 시에라컵에 물을 받아 입을 헹굴려고 한 순간...

난 보았다

 

물 속에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이물질들을...

이끼가루? 같은 거라고 해야하나..

 

어제도.. 그제도.. 그 전에도.. 항상 이런 물로 양치를 했는데..

이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 스타킹 같은 것의 용도를...

그것은..

거름망이었다!!!

 

그걸 이제서야.. 

이곳에 온지 9일이나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출발 전에 라주와 통화를 하고

오늘은 바훈단다에서 자고 내일 포카가로 갈 예정이니 관련 일정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09시 04분 출발

어제 발목을 접질러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어제는 괜찮았지만 자고 나서 안좋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발목에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등산화의 중요성과 스틱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숙소를 나와서 한장 찍었다

지금 보니 일정을 준비 중일 때 많이 본 사진 같다

노스페이스 리버뷰라니..

내가 지나가야 할 자갓 마을의 모습이다

아마도 학교인 것 같았다

아이들 몇명이 이쪽으로 걸어들어갔기 때문이다

위 학교를 지나서 인거 같은데..

출발한지 10여분 정도 지나서

 

꺽이는 부근의 건물 옆에서 멈춰서서

따라가 건너편을 가르키며

새로 생긴 트레킹로드다
대신 멀리 보이는 곳을 지나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바훈단다를 거쳐 

베시사하르 1박

24일 포카라 도착이라고 한다


생각 끝에 알았다고 하고 라주와 관련 내용으로 통화를 했다
라주는 이번에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하란다

가이드가 그렇게 맞춰 줄거라면서...

 

내리막길로 계곡 끝 부근까지 내려가면 이런 길다란 다리가 나온다

여긴 정말 생긴지 얼마 안되는 건지

사람들이 안 다니는 건지..

다리에 그 흔한 리본도 별로 없었다

 

이곳을 건널 때... 쫄림이 있었다

무서웠던 건 아니었다

그냥 약간의 쫄림이었다

 

다리를 건너면 끝에 보이는 길로 올라가게 된다

다리를 건너 오르막을 시작할 때 어제 다라파니 지나서 잠시 만난 서양여자와 또 마주쳤다

 

15분 정도 올라와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마도 왼쪽 건물의 왼쪽으로 내려온 거 같다

 

올라가는 길은 광교산 정도였다

어제 오늘 계속 걷는 모든 오르막 내리막은 광교산 정도라서

국내에서 등산 조금만 다닌 사람이면 얼마든지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오늘 날씨도 아주 좋고 하늘도 맑았다

공기는 아주 깨끗하진 않았고 저 멀리는 조금은 뿌연 느낌이었다

계곡은 깊기만 하고

물은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이 거대한 산맥에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잠시 쉬면서 사진을 한장 찍어본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여전히 셀카를 찍을 때 무표정이다

나름 표정을 지어본다고 하지만

결과물은 언제나 똑같다

 

생각보다 수염은 덜 자라 있었고 (제모의 영향이 크다!!)

머리에 둘러쓴 수건은 묘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저 수건이 없으면 땀으로 눈을 뜨기 힘들것이다

따라는 며칠 전부터 내게 실수 아닌 실수를 한 지라 나와 떨어져서 지내려 하고 있었다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 왜이리 안쓰럽게 보이는걸까

그의 고단한 삶이 느껴진다

난 아웃도어 장비를 갖추고 왔지만

그는 그냥 일상복이었다

다 떨어지고 뜯겨져나간..

 

내가 국내에서 산을 다닐 때 초보들에게 그렇게 부르짖었던..

 

면 소재는 안된다

아웃도어 전용의 옷을 입어야 한다

 

라는 철칙이..

여기에선 여지없이 깨어지고 무너져 버렸다

 

이들은 이 곳을 오르는 모든 행위가 일상적인 것이고 

삶이었다

그들에게 뭔가의 전용이란 사치와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쉬고 있는 사이에 서양여자가 앞질러 올라갔다

쉼을 멈추고 우리는 다시 올라갔다

30여분 정도 올라가니 좀 더 시야가 트인 곳이 나타났다

 

따라를 찍어줬다

아.. 난 왜 아직도 사진을 보내주지 않고 있는 것인가..

안나푸르나를 다녀오고 나서 또 무기력증에 빠진 시간동안은 그럴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왜 그런 것인가

따라에게 보내 줄 사진을 따로 정리하지 않았던가

따라의 메일 주소를 적어놨었는데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폰의 메모장에 남아 있을런지..

하산을 할 수록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초봄 늦가을에 입는 옷이긴 하지만 더웠다

고도가 높을수록..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덥다는 걸을 몸소 겪어본다

이 사진 한장을 얻기 위해

따라는 9장의 사진을 더 찍었다

 

이렇게 사진놀이를 하며 쉬고 있을 때

그 서양여자가 또 올라왔다

 

아.. 

내 솔직한 심정은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자니 뭔가 얘기를 해야 했고

난 그럴 자신이 없었다

이건 하산하는 내내...

귀국한 내내...

지금 이 순간까지도 후회를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자갓이 어느덧 저리도 멀어져 버렸다

 

이 깊은 산중에 저런 마을이 생긴 것은

전쟁을 피해서 일까

우리같은 트레킹족들이 생겨나서 일까...

 

어느 것이던 그들은 이 앞으로 길을 만들어 가면서

가고 가고 또 가면..

어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을까...

왼쪽을 돌아보면 또 다른 마을이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마을이 있구나.. 

저 위에까지 전기가 들어가는구나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저 마을이 따라가 로우피상에서 얘기한 또 다른 길이었다)

오르막을 올라가다 수돗가가 나왔다

그런데 주변에 마을이 보인지는 않았다

아마도 공용수도 형태이거나 나그네들을 위한 용도인거 같았다

그리고 이때쯤부터인가

수도가 세워져 있는 곳에는 뭔가 글이 적혀 있고 숫자가 적혀 있었다

따라에게 물어보니 글은 기억이 안나지만 숫자는 설치비용(564,500루피 - 한화 약 9백만원)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라..

저 길다란 천 쪼가리 끝에 가득 묻어 있는 이물질들을...

어디에서 끌어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정수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 그대로의 물인것이다

물론 아주 더운 여름날이거나 했다면

난 분명히 저 물에 머리를 적셨을 것이다

수도가를 지나니 가야할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한 나는

도대체 어디가 바훈단다이지?

란 생각을 하며

도대체 이 높이에 있는 저런 마을은 뭐란 말인가?

란 생각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본 마을은 그래도 조금은 낮은 지역(계곡에서 부터)이거나 

넓은 평야 같은 곳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저 멀리 있는 마을들은 끝도 없이 올라간 것 같은 그런 곳에 있는 곳이었다

대체 저기서 무엇을 하며 생활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더 멀리.. 오른쪽에도 마을이 보였다

 

사진을 찍고 좀 더 올라가다 갈림길에서 우린 능선을 가로지르는 길로 갔다

잠시 지나니 이정표가 나왔다

자갓(Jagat)에서 와서 오른쪽으로 꺽어 샹제(Syange)로 갈 것이다

직진하면 CHIPLA 라는 곳이 나오는데 

올려다 본 곳에는 마을이 보이진 않았지만

작은 창고 같은 건물 하나는 보였었다

 

이곳에서 따라가 약간 길을 헷갈려 했었다

올라온 곳은 약간 평지 같은 곳이 보이고 뒤쪽으로 앞서 말한 작은 건물 같은 곳이 보였었다

평지같은 곳은 다랭이 논 같은 느낌과 과수원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논두렁 같은 좁은 길을 조심조심 걸어야만 했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길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좁은 길이 조금은 위험해 보였다

그 길 오른쪽은 거의 수직에 가깝게 느껴지는 급경사였다

논두렁 같은 길을 지나고 10여미터 쯤 되는 약간의 경사를 올라가니

이런 길이 보였다

저 밑으로 내려가는 거였다

뒤돌아서 CHIPLA라는 마을을 한번 쳐다보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내려가는 느낌은..

 

호빗 : 뜻밖의 여정

이 생각났다

영화의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지만 

호빗과 드워프들과 오크족들이 이런 벼랑끝에서 싸우는 장면이었다

 

왠지.. 그들이 이런 느낌으로 이곳에 있었을까?

하는 이상하다 못해 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약식으로 만든 돌계단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때는 어릴적 놀이인 비석치기와 자치기가 생각났었다

어릴 적에는 그 작은 동네 사방천지가 놀이터였는데

지금은 이렇게도 거대한 곳이 놀이터가 되어 있다

처음에 보았던 마을이 조금은 가까워졌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구름이 있었다

위에선... 

(이게 하나의 산맥인지 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메 이후에선 구름 한점 없는 날이었는데..

90도 왼쪽으론 이름없는 봉우리와 깊고도 깊어 속을 알 수 없는 계곡이 계속되고 있었다

20여분을 더 내려가니 또 수도가 나왔다

마치 우리나라에선 약수라거나

가본 적 없는 사막에선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야 당연히 마시지 않을 물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어느 동물들에겐 귀중한 생명수가 될 것이다

건너편에 보였던 마을이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산맥에선 정말 하나의 점에 불과한 것들... 일뿐이다

어느덧 계곡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덧 40여분 가까이 내려오고 있었다

이 내려가는 길이 좀 위험했다

마등령 못지 않은 급경사이고 

계단 정비는 마등령보다 
잘되어 있는 것 같지만

(마등령은 자연석으로 만든거고 이곳은 조금은 다듬어진 걸로 만들어져 있었다)
초행길이고 낯선 곳이다 보니 좀 불안했다 

조심조심 위험하지 않게..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신경을 써가며 내려가고 있었다

내려갈때마다

왼쪽은 무릎 안쪽이...
오륻쪽은 무릎 관절이...

욱신거린다 

 

주사를 맞고 올 걸... 
연골이 이제 닳기 시작하나?

이런 생각을 했다


2016년에 차마고도 가기전에 MRI를 찍었을때 담당의사가 말하길
내 연골이 일반인과는 다르다고 들었다 
그리로 도수치료 밭을때도 새로 바뀐 담당자가 내 무릎 중심이 어긋나 있다고도 했다 
자꾸 그생각이 나기만 한다 

한동안 쉬어야하나...
종목을 바꿔야하나 ...
수영이나 다이빙? 

 

계단은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쌓아놨다

10여분 정도 더 내려가니 다리가 보인다

여기 건너올 때가 생각나서 조금은 두려웠었다

이런 다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대체 이런건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하는 거다

이 다리도 생긴지 얼마 안되는지 바닥이 깨끗해 보였다

다리를 건너 건너편의 길로 들어가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길가에 피어 있는.. 

나는 이름모를 꽃

이런 언덕길이 나오고..

거대한 파이프 배관도 넘어간다

산 정상 어딘가에서부터 계곡 부근까지 이어져 있는 배관이었다

산 정상 어딘가는 저수지가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뒤돌아 보면 아까 갈림길에서 본 이정표의 CHIPLA 마을이 보인다

서 있던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여기서 보면 저 마을도 정상에서 보면 상당히 밑에 있는 것이다

 

 

마을에 진입했다

계단식 논과 꽃들이 있는 작고 이쁘장한 곳으로 기억을 한다

저 위 어딘가의 계곡물을 옮겨주고 있는 수도배관

뒤 돌아보니 하늘은 더욱 뿌예지고 있었다

저~~~~ 멀리 임도길 뒤로 자갓(Jagat)이 보인다

저걸.. 임도길이라 해야 하나 차도/도로라고 해야하나..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거 같다

처음 멀리서 이 마을을 보았을 때 보였던 두번째 마을에 들어왔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이 앞에 마을이 좀 작고 두번째 마을이 크구나

 

사진 가운데 쯤에 아까 넘어온 파이프배관이 보인다

여기서 보면 능선 중간쯤에 뭔가 건물이 보이고 거기서부터 계곡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 같은 곳도 지나왔었는데 그것도 보이는구나

 

지금 생각난건데..

이렇게 산을 깍아 계단식으로 만들면 비가 많이 올때 괜찮을까?

파이프 배관을 좀 더 당겨보았다

저 능선 어딘가에 거대한 저수공간이 있는거 같았다

이런 곳에 저런 공사를 한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거대한 장비가 들어온 길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보이질 않는다

분기점이 되는 곳 같은데..

학교가 있었다 

지역명은 모르겠다

주소가 적혀 있긴 한데

아까 보았던 CHIPLA가 적혀 있다

하교 시간인지 아이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학교와 마주 보고 있는 가게

학교 앞 문방구 같은 곳인지 아이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 있었다

나도 안을 잠깐 본 기억이 나긴 한다

아이들은 앞에 있는 수도물을 마시기도 하고 떠들면서 오른쪽의 계단으로 올라가서 

어느덧 사라져버렸다

이미 시간은 점심 때 였지만 이곳에 식사를 할 곳은 없었는지

그냥 지나가고 있었다

12시 30분

나는 학교 건물의 왼쪽으로 이동했다

작은 건물이었고 10여미터 정도 밖에 안됐던 같다

일주문 같은 이 곳을 내려가면 또 다른 지역으로 접어들게 된다

길은 내리막길 이었고

따라는 어제부터 힘들어 하는 거 같았다

자주 쉬자고 했다

올라오면서 점심 무렵이 되어선 배 고프다며 앞서 가기도 했었다

속으로 '웃긴 놈' 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30분 정도만에 산을 모두 내려왔고

넓은 평야가 나왔다

 

한적한 시골 마을 같은 풍경이었고

곳곳에 밭 농사를 짖는 모습들이 보였다

배수로 시설도 잘되어 있었고

그냥 내 느낌에는 잘 사는 그런 동네..

좀 풍요로운 동네..

라고 느꼈었다

그동안 좁은 계단식 밭만 보다가 

이렇게 넓은 밭을 보니 나 자신도 왠지 여유로와 지고 있었다

13시 17분

마을 길.. 밭 길을 10여분 정도 걷다 보니

건물들이 좀 더 모여 있는 곳이 나왔다

이 마을에서 중심이 되는 지역인가 보다

그리고는

어느 상가? 롯지?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여기가 가르묵이라고 하며 

자기 생각의 일정을 말해준다

출발할 때 일정을 짜기 위해 참고한 간략한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는 곳이었다

(나중에 포카라에서 산 상세지도에는 나와 있는 걸로 기억을 한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베시사하르

모레(24일) 포카라 도착

오늘 4시간 정도 걷고 내일도 약 4시간 정도..

쌤쌤이란다

 

난 오늘 바훈단다까지 가고 내일 포카라 도착

이라고 주장한다

따라가 힘들어하는 것 같았지만

난 더 걷고 싶었다

그러면서 아까 출발전에 5~6시간 걸린다 하지 않았나?

하니 초반에 정상을 안찍고 우회하여 시간이 단축됐다고 한다

정상이 CHIPLA 여기를 말하는 거 같았다

 

따라에게 점심을 먹으라고 계속 권했지만

계속해서 거절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자기가 11일 동안만 계약이 되어 있는데 

23일 도착을 하면 기간이 10일이 된다고 하면서

나머지 1일에 대해 여행사에서 비용을 반환받는 거냐고 물어본다

계속해서 이 얘기를 몇 번씩이나 하고 있었고

난 잘 이해를 못한 것도 있고 의사소통이 잘 안된 것도 있고

한 10여분 가까이 이 얘기를 한 것 같았다

 

아... 결국 그 얘기였었다

하루를 일찍 도착하면 그 하루의 일당을 못받을까봐 그런거였다

따라에겐 그 하루 일당이 엄청 큰 것일 것이다

 

난 이미 계약이 모두 되어 있고 완불했기 때문에 

너의 가이드 비용은 모두 지급되는 거라고 하며

컨펌서를 보니 25일까지 12일간으로 되어 있었다

25일까지는 모든 비용은 지급되어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따라를 가이드로 쓸 수 있는 것이었다

따라를 그렇게 안심시켰다

 

난 라주와 통화해서 23일 포카라 도착이라고 일정을 재수정했다

 

그렇게 식사를 끝마치고 출발 준비를 하며

밖에 나와 건물 사진을 찍었다

그사이

어제부터 계속 마주친 그 서양여자를 또 만났다

그녀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는다고 그랬다

숙소는 여기 오기 전 어딘가라고 그랬다

 

왠지 아쉬워하는 눈빛이 보였는데...

나만의 착각이었으리라 ㅋㅋ

 

나도 계속 아쉬운 건..

말한마디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어야 했는데..

내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을 일이었다

 

난 속으로..

내일이나 모레에 또 만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14시 34분

오랜 휴식과 식사를 마치고 출발을 한다

새롭게 보이는 이정표였다

국기처럼 그려놓은..

빨간색은 직진은 안된다..

란 것일 것이다

가르묵 이후의 길은 편안한 길이었다

등산시에 산을 모두 내려온 후의 마지막 집결지로 가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나..

15시 40분

가르묵을 떠난지 1시간여가 지났다

 

비탈진 산등성이는 가르묵 보다는 경사가 져 있었지만..

곳곳에 유채꽃(아마도)이 피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따스했고 편안한 마음이 들게 했었다

 

길은 가르묵처럼

우리내 시골길처럼

마치 고모할머니 집을 찾아가는 그런 길 같이 느껴져서 그런지

지금까지 와는 전혀 다른 포근함이 잠시나마 들었었다

 

내려가는 동안 두어번 올라오는 트래커들을 보였다

몸을 가볍게 하고 자신들의 뒤나 앞에 거대한 짐을 둘러맨 포터들을 대동하고..

 

앞서도 같은 글을 적었지만..

도대체 이곳에서 얼마나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원하길래 그렇게 거대하고 방대한 짐을 가져올 수 있는지 알수가 없다

내용물을 볼 수가 없어 모르지만 

겉으로 보이는 크기는 어릴 적 보았던 쌀 한 가마니 보다도 큰 배낭 아닌 등짐을 만들어서 이고 올라오는 것이다

운동화 또는 슬리퍼를 신고서..

 

이것이 그들(포터)에겐 중요한 생계 수단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비용을 지불하고 고용한 거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기본 자세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짐을 지게 하는 것은 그것은 가혹하다

너무나도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대하면 안된다

그것은 사람간의 예의가 아니다

어느덧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여우비도 아주 잠깐 내렸었다

해도 점점 기울어져 가고 있고 구름 사이로 마지막 햇살을 뿜어내는 듯 하기만 했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고 했는데..

여기서 보는 빛내림은 한국에서보다는 더욱 깊어 보이고

그렇게 느꼈다

그저 내 기분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 당시에 내가 본 풍광, 풍경, 경치 등 모든 것들은

더욱 더 깊고 따스하고 포근했었다

1년이나 지금에서야 그때의 그 느낌이 더 선명하다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은 좋게..

변하기도 하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길을 가다 8시 방향으로 살짝 꺽여져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기억 속에는 큰 돌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 길을 올라가면 바로 바훈단다가 나온다)

올라가는 길은 등산로처럼 되어 있긴 했지만

그 길로 내려오는 현지인들 몇명이 있었다

모두들... 슬리퍼.. 같은 것을 신고 있었는데..

그 길은 100% 흙길이었다

 

그렇게 올라가면 

다시 3시 방향으로 꺽어져야 하고 (바훈단다 바로 밑이다)

그 기점에 조금은 넓은(텐트 1동 정도 들어갈...)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날이 더워 따라나 나나 모두 셔츠만 입고 있었다)

하산하면서 맞은 바람 중에선 가장 시원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따라에게 물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걸은 거 같냐?'

'90km쯤?'

이라고 한다

(그젠가? 그때는 150km 정도라고 해놓고선...)

그러면서 

'우리는 하루에 17~18km를 걸었다'

'유 베리 스트롱' 

이란다

지난 한국인(나 오기 바로 전 사람들)은 하루 10km 정도 걸었다며..

 

내 생각엔 그동안 걸은 날짜를 생각해보면 130~140km는 걸은 거 같다

(하루 17~18km 면 7일을 걸은거면 약 120km정도다)

 

그래서 따라가 하산하면서 힘들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보다도 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직 어깨의 힘으로만 걸어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저 멀리는 이미 먹구름이 가득하다

서둘러 숙소를 향해 간다

마을에 진입했고

앞에 보이는 나무가 마을의 교차로? 가장 큰 나무 밑 모임 장소?

그런 느낌이었다

16시 22분

나무의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숙소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왔다

숙소의 2층에 방을 배정받고 짐을 정리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숙소는...정말.. 정말 허름했다

지금까지 본 숙소 중에서 가장...

아주 비좁은 통로에

문도 어릴적 노가다 뛸 때 거푸집용 합판같은 걸로 만들었고

침대도...

(내부 사진을 찍은거 같은데.. 없구나..)

 

화장실도...

샤워시설도..

정말...정말...가장 허름했다

최악이라 말하고 싶진 않다

나름 다 쓸만한거니..

 

하지만 숙소의 전체적인 모습은 보기 좋았다

들어오는 입구 쪽에 숙소가 있었고

숙소를 지나면 정원 같은 마당이 나오고

마당 왼편에 화장실, 샤워실..

마당을 지나 식당과 주방이 각각 있었다

 

마당에는 큰 나무들이 몇 그루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큰 나무가 있는 숙소는 처음이었다)

 

도착해서 찍은 사진도 없는 거 같다

 

늦게 도착을 해서 식사를 먼저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몇명 있었고

식사를 할 때..

개미들이 많았다

설탕에도.. 먹는 중간중간에도..

창 밖으로 보이는 저 멀리에선..(위에 위에 사진의 산들)

검은 구름이 가득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나서

잠깐 잠을 자고 있는데 비가 제법온다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

비도 오고 할일도 없고..

화장실을 가는 것은 정말 무서웠고 비는 그쳤다

그래서 밤하늘을 보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보니

별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달은 보름 근처 - 2일전이 보름 - 였다)

카메라를 챙겨가서 별을 찍기 시작했다

(배터리는 여분 3개, 보조배터리, 숙소에서 중간중간 충전으로 보충을 했다)

 

하지만 구름이 많아 별을 자꾸 가리고 있었다

바람도 많이 불어 구름도 빨리 훅 지나가고 있었다

별을 찍을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3장만 찍고는 들어왔다

난 그 당시 왜 그리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이제 9시 좀 넘었을 뿐인데..

숙소 주변을 둘러본다던가

마을로 나가본다던가

하는 그런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저 1분이라도 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난 분명 쉬러..

몸을 혹사시키러..

이 곳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 목적은 하루라도.. 한 걸음이라도 더 걷는것에 모든 것이 맞춰져 버린 것이었다

 

그 한걸음 한걸음도 

내일이면 끝난다

내일이 피날레라 끝까지 혹사시키는 그런 일정이고 싶었으나

고작 몇 시간만 걸으면 끝나는 거라

그 아쉬움이..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욱 크게만 느껴졌었다

 

지금 다시 코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이곳에서는 하루에 생각만큼 장거리를 이동할 수가 없구나..롯지에서 아침 식사 준비 및 식사 시간점심 준비 및 식사 시간..

(가이드가 있어서 굶길 수가 없다. 그리고 아침은 6~7시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시간들이 북알프스와 비교하면 3~4시간 가량이 빠지는 것 같다

그 만큼 덜 이동할 수 밖에 없고..

애초에 내가 계획한 일정표는 무리였던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시간으로 보면 이틀정도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