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라운딩 - 9일차

2020. 3. 15. 13:18해외 등산/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여행기간 : 2019년 2월 13일 ~ 27일 (14박 15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9일차 (2월 21일) 목요일

 

이동 경로

 

다라파니(Dharapani 1,860m) ~ 카르테 (Karte  1,850M) ~ 딸 (Tal  1,700M) ~ 사타레 (Sattare  1,680M) ~ 참제 (Chamje  1,410M) ~ 자갓 (Jagat  1,300M)

 

 

=> 애초 일정 : 쏘롱패디 (Thorung phedi  4,450M) ~ 하이캠프 (Thorung phedi high camp  4,850M) ~ 쏘롱라 패스  (Thorong La Pass  5,416M) ~ 묵티나트 (Muktinath  3,760M)


06:30분 경 일어난다

늘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고 있다

 

일어나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쓰레기다

입술은 더욱 부어 있는 거 같았다

여행 9일차 이고 

트레킹은 6일차 이다

아직까지 몸 상태는 괜찮다

피로가 몰려온다거나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거나 한 거는 없다

다행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출발하기 전에 방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이곳의 모든 방이 대체적으로 이런 구성이다

머리맡 부근에 공용 탁자가 놓여 있고 양 옆에 침상이 있는 구조..

난방, 냉방.. 그런 건 없다 

대문을 나서기 전에 수돗가를 찍어본다

이곳에서 계속해서 보게 되는 거였지만 난 저 천이 무슨 용도인지 몰랐다

얼지 말라고 하는건가? 

란 생각 정도만 해봤다

저게 효과가 있나? 

이러면서..

 

저 천의 용도는 다음날에서야 알게 된다

아침부터 공사를 하시는 분이 왔다

사진 중간 2층에 사람이 있는데 발코니 기둥 보수 공사를 하는 거 같았다

전날 유심히 봤던 것이다

각 파이프로 받치고 있는 구조여서 약간은 불안해 보이는 형태였다

 

앞선 바가르찹에서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담에 금칠 마감을 한 건 종교적 의미가 큰 거 같았다

계곡을 건너 가면 트레킹 로드이다

 

난 당연히 더 걷기 위해서..

임도길이 아닌 트레킹을 위해서...

숙소의 건너편으로...

트레킹 로드로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조금 내려오면 카르테(Karte)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저 길로 내려가면 강을 건너 딸(Tal)로 가게 된다

블로그를 계속해서 정리하며 느낀 거는..

이렇게 장기간의 트레킹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코스, 변화되는 길들, 경치들을 기억하고 남기기 위해선

수없이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생각만큼... 

기대만큼...

원하는 만큼...

그런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계곡에서 산을 올려다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수직의 벽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광경은 하산하는 그때까지 이어지고

이는 이 여행이 결정적으로 재미없음을 알게 해주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옥빛의 강물은 시원하고 무서워 보이기까지 했다

다리를 건너 건너 산으로 넘어가야 한다

오른쪽의 줄들은 예전에 사용하던 다리일 것이다

조금씩 부서져가고... 위험해지고..

그러다 없어지는..

 

차메에서 건너간 그런 다리와 실상 똑같지만 현수교 같은 큰 줄이 없기 때문에

좀 더 불안해보였다

이런 다리를 건널 때가 가장 조심조심.. 두근두근... 쫄렸었다

 

다리를 건너 보이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경사길을 올라가야 한다

계곡이 깊어 아직까지 햇살이 들어오질 않고 있다

오늘도 하늘은 맑기만 하다

이 길을 걸어갈 때 혼자 온 서양여자 한명이 있었다

키가 컸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걷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잠시 스친 사람들이라도 함께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몇몇은 잠시 통하지 않는 얘기도 해보고 웃기도 하고 먹을 것도 주고 그랬는데..

사진 한장 없다)

 

난 평소 우리나라에서 걷는 것처럼 오르고 있었고

약간은 몸을 혹사시키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쉬지 않고 한번에 쭉 올라가려고 했다

갈림길 이정표 인 듯하다

어제 얘기한 마나슬루 쪽으로 가는 방향..

 

다리 부근에서 따라가 말하길 (내가 이해하기를..)

 

산 꼭대기에 마을이 있고

거기서 하룻밤을 자야하고

다음날 다시 내려와야 한다

였었다

 

난 이 얘기를 들으면서 상상하 거는

천공의 성 라퓨타나 마츄피츄 같은 느낌이었다

산 꼭대기에 있는 마을이라..

왜 거기서 살고 있지?

 

좀 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이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마을도 있고 해서

길은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한다

 

호도협 보다도 더 좋은 길이었고

우리나라... 광교산보다도 쉬운 길이었다

왼쪽을 올려다 보면 이렇게 수직으로 꽉 막힌 풍경들 뿐이다

건너편 임도길..

아니 임도길이 아닐 것이다

정식 도로인데 단지 비포장일 뿐이다

난 저 모습을 보면서 왠지 공산주의? 그런 걸 떠올렸다

이 길을 강제로 누군가들이 뚫었을것이다..

라는 막연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원래 돌 바닥인건지 돌을 깔은 건지 모르겠지만

조심스러웠다

행여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죽음이다

내리막길에서 걸어온 길의 계곡을 담아본다

가운데 저 멀리~~ 안나푸르나가 있을 것이고

쏘롱라가 있을 것이다

이 사진 전부터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뒤 헬기가 보였다

 

이 산중에 헬기라면 구조용 뿐일 것이다

따라가 마나슬루 쪽으로 가는 거라고 했었다

저쪽.. 오른쪽 방향이 어제 건너편의 다라파니에서 볼 때 얘기했었던

마나슬루 쪽이다

 

그때는 별 생각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따라가 이런 정보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자기 와이프와 계속해서 통화를 하면서 내용을 전해 들은 것 같다

따라는... 트레킹 내내 하루에 몇 번씩 와이프인지..와 통화를 했었다

 

그제 차메에서도 숙소의 아주머니에게서 몇몇 사람들이 마낭 이후에서 조난 당한 얘기를 들었는데

남의 일이면서 무섭다고 느꼈다

 

다시 한번 무리하지 않고 하산을 결정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무사하길 바래본다

계곡 건너의 마을들..

어퍼피상에서 하루를 머물고 다음날 로우피상으로 내려와

눈 속에 묻혀 있는 마을들을 바라봤었는데

그때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고

이들의 생활이 와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눈을 벗어나 다른 계절 속에서 길을 걸으며 보이는 그들의 삶은

참으로 고난한 것이었음을 알아가고 있었다

마을이 나왔다

카르테(Karte) 일 거다 (기억이... 그런거지)

이곳에서 건너 쪽에서 오는 남녀 두명과 얘기를 했지만..

기억나지 않고

오전에 같은 방향에서 오는 서양녀를 다시 한번 보았다

사진 찍어둘 걸...

이후 몇 번 더 보게 되는데..

말만 통했었어도 동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는데..

점점 햇살이 강해져가고 있었다

햇살이 강할수록 계곡의 그늘은 더욱 짙어지는 거 같았다

실상은 단지 암적응의 문제일테지만

건너편의 산에선 폭포가 떨어지고 있었다

주변에 거대한 설산이 보이질 않아 호수가 있는건가 싶기도 했다

위쪽에선 야크를 봤었는데

내려오면서는 소를 보게 된다

소가 맞을 거다

근데 이눔아는 어디서 온 걸까?

계곡따라 잠시 걷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눈 앞에 보이는 무너져 내린 것만 같은 곳으로..

여기도 폭포가 있다

눈이 녹아 내리는 것일 것이다

계곡에서 다시 오르막으로 오르고 있는데

약한 산사태 난 곳이 나왔다

앞에서 볼 때는 조심조심.. 좀 부담스러웠다

저런 곳은 돌이 약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돌도 서로 다져지고 눌러져서 단단하게 되지만

저렇게 새롭게 된 것은 아무래도 결속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왼쪽 위쪽으로 건넜다

 

건너고 나서 쉬면서 행동식을 먹고 있었다

쉬고 있자니 혼자 온 그 서양녀도 건너온다

그녀에게 행동식을 조금 나눠주고 잠시 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런 길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처음 누군가가 

'이곳을 길로 만들어 갑시다' 

했을텐데..

이해되지 않고 상상되지 않으며 놀랍기만 할 뿐이다

뒤 돌아본다

어느새 멀리도 왔다

거대한 암벽덩어리의 산이다

뭔지 모를 식물

왜 찍은거지?

밑의 길을 보며

이 길로 오길 잘했다

는 생각을 해 본다

암 생각없이 저 임도길로 걸었다면 

더욱 의미없는 여행이 됐을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산과 계곡들

사진은..

눈이 본 그 광경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다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하거나

찍는 사람의 의중을 반영하기 위해 보정이 들어가거나

한다

 

내  눈에는..

아직 그 날의 광경이 남아 있어 

그리움과 아쉬움을 갖게 한다

아까 본 소의 집이다

그 소는 이런 소로길에 있는 작은 풀들을 뜯어 먹으면...

먹기 위해서..

우리처럼 수km를 걸어야 하는가 보다

차마고도에서 봤던 거미줄 같은 그런 동물들의 길이 여기선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며 아쉬웠던 것 중에 하나는

이렇게 작은 폭포들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단 거다

내 사진 실력은 혼자만 배워온거라 

딱 여기까지이다

이 이상은 배움이 있어야하지만 그렇게 하질 않고 있다

뒤 돌아 보니 계곡에 무언가 공사를 하고 있었다

너무도 멀어 확인은 안되지만 빨간 옷을 입고 있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난 빨간 옷을 보고

떼놈들이 뭔가 만들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왼쪽 위에선 폭포 아닌 폭포 같은 물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호도협에서..

관음폭포가 생각났었다

그때는 여럿이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다

11시 11분

산을 다시 내려와 딸(Tal)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계곡이었지만

여기선 마치 강처럼 보였다

그만큼 계곡이 넓었다

모두 사람이 깍아 만든 길이다

여긴 정말 위험한 구간이었는지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출발한지 3시간 가까이 되가고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은 정말 광교산보다도 못했다

처음 오르막을 오르는 것도

그 이후는 형제봉에서 시루봉 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단지 주변에 나무 하나 보이지 않고

온전히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이 차이일 뿐이었다

딸(Tal)은 넓은 평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었다

위 사진의 길을 지나면

넓은 평지와 왼쪽에 높은 산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산의 몇 군데에서 폭포가 웅장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5~10분 정도를 걸으니

마을의 일주문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성황당 같은 거라고 해야할까?

분명 뭔가의 역활이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마을 중간 쯤에 깨끗해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어제 이후로 따라는 따로 행동을 한다

나도 더 이상 얘기를 안 했다

 

난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서 쉬고 있고

따라는 주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었다

 

이 집 꼬마아이가 내가 신기한지 계속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러다 내 옆에 앉아서는 카메라가 신기한 듯 쳐다보고 만져보고 있었다

그래서 사진을 몇장 찍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네팔 아이들이 이목구비가 뚜렷하구나

처음 차메 숙소의 아이도 그렇고...

식사를 한참동안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깥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인데

문틀에 이렇게 꽃을 걸어놓았다

이층 처마에는 옥수수를 말리고 있었다

이 사진은 건너 집의 사진이긴 한데..

내가 쉬고 있는 집도 이렇게 옥수수를 매달아 놓았었다

이 녀석이 노골적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뭔가 내 앞에서 자랑하고 싶었던 거 같았다

아이 엄마와 같이 찍어주었다

엄마도 여기서 본 여자 중엔 손에 꼽히는 미모였다

카메라에서 폰으로 사진을 옮기고

블루투스로 엄마 폰으로 보내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겨우 겨우 보내줄 수 있었다

내 작은 소망은...

이 사진을 액자로 집에 걸어놓기를..

바라는 거였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까지 몇몇 상점들도 보이고

과자나 옷 등을 팔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둘 걸....

블로그를 정리하며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과 글로 기록하면 더 없이 좋았을련만...

글로만 기록을 하고 있다

 

딸(Tal)을 벗어날 무렵 

따라가 갑자기 잠깐 돌아갔다 오겠다고 한다

양말을 말리고 있었는데 놓고 왔다고 한다

 

난 계속해서 마음이 상해 있었던 지라 

그냥 가자고 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양말..

난 물병도 놓고 왔지 않은가..

 

하지만 따라는 찾아갖고 오겠다며 뒤돌아 갔다

 

난 다리 앞에서 기다리며 

어느 집 앞 바깥 화장실에 다녀오고 따라를 기다린다

 

한 20여분 뒤 따라가 양말을 찾아오고

우린 다시 길을 나섰다

 

다리를 건너...

눈 앞 오른쪽에 임도길이 있었고..

난...

왼쪽으로 갔었나?

젠장.. 

또 기억이 고장이다

사진으로 보니 왼쪽길로 간거 같다

내 기억에 따라는 20여분 뒤에 왔고

이 사진이 위 사진보다 20분 뒤에 찍혀있기 때문에 

오른쪽의 임도길로 갈 시간은 안된다

 

딸(Tal) 이후 부터는 걷는 중간중간에 수도(사진 오른쪽 밑)가 있다

처음 산행 계획을 잡을 때 각 코스간 거리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었다

블로그에서 우연히 아래 사진을 보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을 잡았었는데

여기서 찍은 것이었다

딸(Tal) ~ 묵티나트(Muktinath)까지의 각 구간별 시간이 나와 있다

묵티나트 이후의 코스는 어디인지 모르겠다

 

이 시간표에는 딸(Tal) 이전 코스의 시간은 없다

사전 정보도 없고...

그냥 걷는다

버려진 집? 가게? 뭐 그런 건물과 천막이 쳐져 있던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던 곳이었는데

멀리 보이는 산과 계곡이 정말 깊기만 하다

산은 높고 계곡은 깊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산의 몇 부 능선에 오랜 세월 사람이 다닌 길이 형성되어 있어

편한 길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오르막 내리막의 경사 구간이 있지만 그 구간들이 워낙 짧아 

어렵게 느껴지거나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게다가 난 이 정도의 고도는 이미 적응이 되어 있는지 

마치 우리나라의 산을 다니는 것 마냥 어느 것 하나 신경쓰임 없이 걷고 있었다

오히려 따라가 더 힘들어 했었다

 

위 사진에서 부터 내려오며 계속 보이던 거대한 바위 덩어리의 산을 

더 걷고 걸어 지나고 나서야 찍어본다

이 만큼을 모두 담기 위해 20여분을 걸어서야 찍은 것 같았다

절벽의 뾰족 산과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멀어져만 간다

건너편에 보이는 절개면은 임도길이고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트레킹 길이다

저 임도길 처럼 트레킹 길도 거의 수평에 가까운 길이라 힘이 들지 않았다

잠시 쉬면서 경치 구경을 할 때 올라오는 서양인 두명(그리 기억을 한다)이 지나가고 서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하자 곧 여러 마리의 소를 보게 된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의 집인건지...했는데

막상 가보니 문이 잠겨 있는 가게였었다

느낌상으로는 망한 것 같았다

뭔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세월이 보였었다

(사진이 없는 것이 이리 후회가 될 줄이야..)

내리막으로 내려와 건너편의 폭포를 찍어본다

어딜가나 곳곳에 폭포가 있었다

이 곳은 거의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고 있는데

저 폭포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곳에도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리고 그 눈이 지금 녹고 있는 것인가?

계곡을 다 내려와 다리를 건너야 하는 상황이었다

건너편에서 서양인 5~6명 정도가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뒤쪽의 사람들이 잘 못 건너고 있었다

무서워서겠지..

난 근 10여분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같이 지나가도 되겠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이들도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난 당연히 인사를 할 줄 알았고

그냥 답변만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다 건너고 나서 내게 인사 한마디 없었다

썩을 놈들...

 

다리가 길었던 것도 있고 이 중의 줄로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건널 때 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다리를 다 건너고 나니 따라가 뒤쪽을 가리키며 뭐라고 했다

처음엔 뭔지 잘 몰랐으나

자세히 보니 뭔가가 보였다

'석청' 이었다

가끔 티비에서 '석청'을 캐는? 따는? 사람들을 보여주곤 했는데

저 높이는 어떻게 할 수가 있는 정도가 아닌거 같았다

사진을 찍고 확대해보니...

벌들이 가득했다

15:00분

20여분 정도 올라가니 마을이 나왔다

(사진 중간의 이정표 보이는 쪽으로 올라오게 된다)

참제(Chamje, 1410M) 라고 생각된다

 

이 때쯤 너무도 갈증이 나서 도착하자 마자 음료수를 먹었다

환타, 캔쥬스 2개, 물하나..

왜 이리 갈증이 났는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20여분 정도를 쉰거 같다

쉬던 건물이 코너 부근에 있는 거고

바로 오른쪽으로 꺽어져서 걸어가면 이런 마을이 나온다

10여분을 더 내려가니 처음 출발할 때 쉬던 곳이 나왔다

이곳에서 따라의 나이를 알게 되었던 곳이다

(또 사진을 안 찍은 걸 후회하고 있다)

저 폭포가 처음 봤을 때는 왠지 낯설게 느껴지고 별 감흥이 없었는데 (물론 지금도 별 감흥은 없지만)

낯설음은 친숙함으로 변해 있었다

 

어디선가 끊임없이 흘러 내려오는 물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눈이 녹은 물들인지 흙속으로 스며들었던 물들이 사용되고 남은 것들인지..

난 늘 궁금한거 투성이지만 늘 거기까지이다

내려오면서 명칭은 모르겠지만 위험과 경계를 알려주는 시설이 있어

이 곳에선 상당히 잘되어 있는 거 같아 찍어봤다

그리고 몇개 지나서 뒤를 돌아보니..

뒤쪽은 이리 되어 있었다

마감이 안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도...

때놈들이 공사를 한 모양이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다시 임도길을 걷고 있어서 마음은 좋지 않았었다

나무 속 어딘가의 계곡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시원했다

이 이정표를 보고 또 기분이 나빳다

트레킹 로드가 있지 않은가

(저때 모터 로드를 모터사이클로 생각했었다)

참제에서 30여분이나 마냥..

임도길로만 걸어 온 것이다

20여분 정도를 더 걸어 오늘 목적지인 자갓(Jagat  1,300M)에 도착을 했다

숙소는 당연히 따라가 정하고 (난 숙소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왔기 때문이다)

 

숙소를 불과 20여미터 앞에 두고 따라와 얘기를 하다가

왼쪽 발목을 크게 접질렀다

 

순간..

아.. X 됐다.

XX 다 와서 이게 뭐냐

이후 하산을 어떻게 하나

라며

속으로 온갖 욕을 해대고 있었다

 

그동안 일주일동안 100km를 넘게 걸으며 한번도 접지르지를 않았는데

다 와서 이러다니...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았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마을 초입에 있는 곳이었고

2층에 방을 배정받고 짐을 정리했다

 

이번에도 따라는 따로 방을 잡았다

출입문 앞에 마당이 있고

우측에 식당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구조였었다

내 방 우측에는 서양인이 쓰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따라가 온천이 있다고 했었다

난 믿기지 않았고 신기했었다

 

이 깊은 만년설로 가득한 이곳에 온천이 있다니..

대체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하지만 이미 차메에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였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슬리퍼만 신고서 온천을 향해 출발했다

카메라도 핸드폰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기록도 없다

 

숙소를 나와서 왔던 길을 10여분 정도를 되돌아 걸어갔다

가다보니 작은 이정표가 있었고

뭐라 쓰여있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올 때는 따라가 알려줬는지 기억 나진 않지만 올때도 사진을 찍진 않았다

 

이정표로 가면...

이런.. 엄청난 급경사의 계단이다

마치 마등령 그 이상을 내려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게다가 난.. 싸구려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이걸 신고 그 계단을 내려가야 하다니..

조금만 딴 데 신경을 쓴다거나 다리가 엇갈린다거나 하면

그냥 죽는거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계단으로 거의 높이 200m 정도는 내려간거 같다

시계의 고도계로 확인했었는데 기록이 없으니 기억이 없다

 

난 안개속에서 헤매다가 온 것인가..

이 눔의 기억이란..

두고두고 후회가 되고 있구나..

 

아무튼..

그렇게 내려가니

계곡의 한 쪽 옆에 시멘트로 벽을 쌓은 커다란 탕이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씻고 있었다

나도 한켠에 옷을 벗고 속옷만 입은 채로 탕 속에 들어갔다

 

탕은 차메보다 좀 더 안 좋았다

차메는 그래도 바로 옆에 숙소 등이 있어 관리가 되는 거 같았으나

여기는 마을에서 좀 떨어져 있고

급경사의 계단도 내려가야 해서 관리가 덜한 걸지도 모른다

 

바닥에는 시멘트 가루인지 온천물에서 올라오는 부산물인지 모를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이렇게 씻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한거다

 

일단 먼저

바깥으로 나가 다른 사람처럼 작은 PVC파이프로 나오는 물로 비누로 씻었다

그리고 탕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한쪽에 있는 계곡물(전기 배관 같은 두꺼운 배관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보면 알수 있다)로 몸을 식히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쉬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4~5명 정도의 사람들이 내려왔다

네팔, 인도, 티벳.. 섞여 있는 거 같았다

 

그들이 들어올 때

왠지 더러워 지는거 아냐? 란 생각도 했었다

건방지게도... 미안합니다

 

그들 중 한명이 나를 보더니 뭐라뭐라 한다

난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계속 뭐라뭐라 하길래

따라한테 뭐라 하는거냐?

라고 물어보니

따라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나한테 '네팔리?' 냐고 물어본 거란다 

아 젠장.. ㅋㅋ


'고작 9일 면도 안했을 뿐인데..
얼굴은 선크림을 잘발라 그리 타지도 않았는데 (내 생각이지만)..
역시 내얼굴은 동남아 중동 쪽인가 보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몸을 풀면서도 걱정을 한 것이

무릎과 발목이었다

장시간의 걸음으로 인해 무릎과 발목은 상당한 무리가 됐을텐데..

게다가 좀 전엔 발목도 접질렀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물이 그렇게 뜨겁진 않았다

조금 따듯한 정도였다

 

20여분 정도를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마무리로 나와서

계단 밑 쪽에 전선파이프가 있고 거기서는 따듯한 물이 나왔다

그걸로 한번 몸을 행구고

가져온 옷으로 갈아 입고

다시 그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다

난 힘이 남아 있는지..

슬리퍼를 신고 타이거스탭과 스쿼트 형태로 

조심조심 올라갔다

 

숙소에 도착해서

저녁을 예약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오니 대문 앞 마당에는 서양 남자들 4~5명 정도가 모여서

담배를 피며 놀고 있었다

 

이젠 따라는 완전히 따로 식사를 했다

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

 

식사를 마치고 따라를 통해서

라주와 일정 관련 통화를 하니
내가 원하고자 하는 곳으로 가이드가 안내해 줄 것이니
가고자 하는 곳을 말하면 된다고 한다

(라주는 항상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따라와는 의사소통이 안되어 그렇게 진행을 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대문 우측의 수돗가에서 양치를 했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 일찍 잠을 청했다

 

잠 들기 전에 사진 한장

고도가 상당히 낮아졌지만

여전히 밤에는 춥다

깊은 산 속이고 난방은 전혀 없고

침상은 눅눅, 축축하기만 했다

 

방은 ㄱ자 모양으로

문 앞에 침대 하나

문 옆 창쪽으로 침대 하나

이렇게 놓여있었다

문 앞 쪽은 왠지 무서워서 짐을 그곳에 놓고

난 안쪽의 침대를 사용했다

 

어제까지..

눈 속을 걷던 그때는 마치 산행을 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면

오늘은...

TV에서 보던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임도길이 중간 중간 있어서 돌이켜 볼 때의 기분이 좋진 않지만..

 

무사히 도착해서 쉬고 있음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발목을 접지른 순간에는 엄청 긴장과 분노가 치솟았지만

다행히도 괜찮았고..

그때 생각했을 때도

지금 다시 생각해도 등산화(한바그 알래스카) 덕분인거 같다

등산화가 발목을 꽉 잡아 주었기 때문에 더 꺽일 수 있었던 것이

덜 꺽인 것이고

등산화의 기능? 재질? 그런 것이 탄성처럼 꺽인 순간 바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 준 것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

.....

.........

이 여행도...

이젠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일이 지나면...

걷는 것도

머리를 비우는 것도...

 

모두 멈추게 된다

 

난 아직도..

집을 떠나온지 9일이나 지났지만..

걷기 시작한지

6일이나 지났지만

 

내 머리 속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했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답을 찾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막연히 걷고 걷고 또 걷고자 했을 뿐이었고

내 몸뚱아리를 혹사 시키고 싶었고

행여나 무슨 사고라도 당하면 그걸로 만족하고자 했었다

 

난...

점점....

의욕이 없어져 가고 있었고..

무기력해져 가고 있었고

육체적인 고통이 필요한 때였었다

 

그러면서도

난...

돌아가기를 희망했다

이곳에 남는 것보다는 돌아가야지..

이곳에 좀 더 남아 있고자 하는 용기는 부족했다

 

그저 항공권을 취소하고 그냥 머물러 있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걸 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어지러운 생각 속에 잠이 들어갔다

 

......

 

 

 

.........

 

 

그러고는 새벽에 잠에서 깨어 잠시 일어났다

입술은 계속해서 통증이 있었고..

주로 저녁 이후에 그랬던 것 같다

 

순간 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입술을 찍어놨었지만

하루하루의 상태를 기록?해 두고 싶었던 것 같다

 

폰으로 셀카를 찍었는데..

입술의 상태가 아주 잘 나왔다

지저분한 내 얼굴..

수염.. 코털.. 

아주 선명하게 잘..

잔인하구나

내 얼굴이 이리도 못 났었단 말인지..

 

입술은 퉁퉁 부어 있었고

화상을 입은 곳은 물집이 잡힌 것처럼 되어 있었다

그 당시 난 이 물집 같은 것이 오래 갈거라 생각을 했었다

(하산을 모두 완료하고 나선 금방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여행사에선 금방 낫는다고 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난 다시 꿈 속으로 들어갔다

꿈 속에 있을 때는 여러 꿈들을 꾸지만..

이불 속은 언제나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