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라운딩 - 8일차

2020. 2. 1. 16:18해외 등산/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여행기간 : 2019년 2월 13일 ~ 27일 (14박 15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8일차 (2월 20일) 수요일

 

이동 경로

 

차메(Chame) ~ 고토(Koto Qupar 2,600m) ~ 탄촉(Thanchowk) ~ 라타마랑(Lata Marang 2,400M) ~ 티망베시(Timang Besi 2,270M) ~ 다나규(Danagyu 2,300m) ~ 바가르찹(Bagarcharp 2,160m) ~ 다라파니(Dharapani 1,860m)

 

=> 애초 일정 : 쉬르카르카 (Shree Kharka,  4,070M) ~ 야크카르카 (Yak Kharka,  4,050M) ~ 레다르 (Ledar,  4,200M) ~ 쏘롱패디 (Thorung phedi,  4,450M)



이제 안나푸르나 서킷은 마무리가 되어 간다

오늘 이후는 하산을 위한...

집으로 가기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다

서킷이 워낙에 긴 코스이고 전체를 완전하게 걷기 위해선 3~4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각자의 일정에 맞춰 지프 등을 이용해 코스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올라가는 일정은 이미 끝났고 내려가는 것만 남아 있어서...

내 마음 속의 아쉬움은 텐기마낭에 놓고 내려왔기에..

 

내려가는 이 길은 한점 기대도 없었다

그저 가야하기에 가는 그런 길이었다

그리고 올라올 때 이미 봐서 알지만...

차메 이전은 눈이... 없다

녹은 눈은 있겠지만...

 

일어나니 손 끝이 저린다

새벽에 먹은 이뇨제 효과가 지금 나타나나...

난 이때까지도 입술이 부은 것이 고산증 증상인 줄로만 생각했었다

 

06시 30분경에 일어나 대충 기지개를 펴고 밖으로 나가본다

선명하도록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난 지금도 그것이 구름인지 눈발인지 알지 못한다

그만큼 내가 봐오던 그런 구름의 모양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카메라를 가져와 주변을 찍어본다

무슨 산인지도 모른채...

일단 찍는다

나중에 따라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그렇게 확인한 것이...

 

숙소에 나와서 뒤편(마낭 방향)으로 보이는..

아침 여명에 빛나는 것이 람중히말이다 (06시 52분)

그리고 이건 출발할 때 폰(화질하고는..)으로 찍은 사진 (08시 27분경)

간판 뒤로 보이는 산은 안나푸르나 2봉이다

반대편인 베시사하르 방향으로.. 

하산하는 내내 보이는 저것은 마나슬루이다

 

사진을 찍고 아침 식사를 하고 하산 준비를 한다

뭘 먹었는지는...

역시 생각이 안 난다

같이 묵었던 그 한국 친구는...

아..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먼저 출발했나?

그 친구는 하루 더 묵었나?

젠장...

 

숙소 앞이 시끄러워 나가보니

불도저가 제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길이 포장된 길도 아니고(아마도... 시멘트 포장이라도 된 건 몇몇 일부 구간 뿐이었다)

이미 곳곳에 웅덩이와 다져진 눈들로 인해

쉽게 제설이 되진 않았다

 

제설인 듯 아닌 듯.. 그저 위만 긁어내는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름 없는 산

저 산이라도 올라갈 수 있을까...

뒤돌아(마낭 방향) 보면 람중히말이 보이고...

여기를 떠나면..

이젠 다시는 못 올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 이렇게 온 것도 4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온 것이니...

08시 50분

이제 길을 떠난다

어제 하룻밤

정말 친절하게.. 맘 편하게 해주신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음에 다시 올 수 있게 된다면 그때도 여기에 묵어야지 생각했다

 

불도저가 올라오며 제설을 하긴 한건데..

어딜?

만약 정말 제설을 하고자 한다면

저 흙길을 모두 깍아버려야만 할 것이다

그럼 길은 결국 주변 건물보다 낮아지게 되는 것인가?

 

빠지지 않게..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걷는다

10여분을 걸으니 길 건너 이름 모를 산이 보인다

(계곡 건너 - 이 곳의 길은 산 비탈을 깍아 만든 것이기 때문에 건너편은 다른 산이고 그 사이는 당연하게도 계곡이다) 

저긴 딱 봐도 험하다

올라갈 수 조차 없을거 같다

조금 더 걸어 건너 산의 계곡 사이를 보니 이렇게 바위로만 된 산이 보인다

나무 한 점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지

저긴 수목한계선보다 높으니까!!

이렇게 맑은 날 철수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저 위 마낭의 상황은 어떨지 알 수는 없지만 괜시리 궁금해하곤 했다

마나슬루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저 산은 갈 수 있는 곳일까... 란 생각도 해봤다

이곳에서 와서 산들이 보일 때마다 드는 생각이

'갈 수 있을까?' 였었다

신기하게도.. 그것이 가장 먼저 궁금했었다

잠시 뒤 나타난 마을에서(어디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선가 땡땡.. 거리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렸다

마니차 앞에 서니 그 소리가 좀 더 명확하게 들렸다

궁금한게 많은 나는 안에 들어가서 그 소리를 확인했다

통에 막대기를 하나 매달아 놓고

천정에 매달아 놓은 종을 통이 돌면서 건드리게 되는 것이었다

천재적이다

엄청 큰 마니차이다

무사히 하산할 수 있기를... 

무릎이.. 발목이 버텨주기를.. 바래본다

여전히 이름없는 산을 보면서 지나가고 있다

만약 이곳에 우리나라의 등산동호회 수천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다면

몇년내에 거의 모든 봉우리들이 이름이 생기고 길이 날 것이다

10시 04분

길에 버려진 차가 보인다

아마도 내가 차메로 올라올 때 올라가던 차가 아니었을까...

짐을 모두 내려놓고 내려가는 도중에 눈진흙길에 바퀴가 빠져버린 것이다

운전기사는 도움을 요청하러 내려갔을 것이다

어디선가 물이 나오고 얼어 버렸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신기하게 생각되서 찍은 사진이다

아.. 벌써 1년이 지났구나

그때가.... 벌써 이리도...

그 1년이란 시간이.. 

참 젊게도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아마도 탄촉(Thanchowk)이나 라타마랑(Lata Marang 2,400M) 쯤 될 거 같다

저 밑으로 학교가 보인다

 

저 멀리 마을이 보이는데.. (어딘지는 기억은 나지 않고...)

저 강아지가 길을 안내한다

이 곳의 강아지들은 신기하게도..

이후에도 나를 볼 때마다 앞서서 걸으며 가끔씩 뒤돌아서 내가 오는지 보면서

길을 안내를 하고 있다

이 곳은 지금 차메 이전과 이후로 계절이 나뉘는 것 같다

차메 이후는 아직은 겨울...

차메 이전은 이제 봄이 되가는...

그런 계절의 기점이 되는 것 같다

 

길은.. 모든 곳이 진창이었다

이곳의 높이도 이미 2400M 정도를 넘어서 있다

이분들은 북알프스의 높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계신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알프스만 가도 고산증세를 겪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분들은 이 높이는 그냥 평지인거다

나는 그나마 몇차례 이 정도의 고도를 다녀와서 적응이 된 건지 아무렇지도 않긴 하다

이곳 마을은 길이 일부 아스팔트로 되어 있었다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건물의 앞 마당에서 쉬면서 

화장실도 들르고 행동식도 먹고 사진도 찍고 있다

'이런 곳에 집 한채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 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젠장.. 다 추정인건가?

기억이 가물가물이니..

쉬는 걸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다른 강아지..라기 보단 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저렇게 나를 돌아본다

나를 돌아본거냐.. 그냥 낯선이를 돌아본거냐

한 10분 가까이 길을 안내했다

앞에 보이는 두개의 나무 사이로 내려가는 길인데 

저 길을 어찌알고 자신이 먼저 그 길로 내려가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려가는 중간쯤 되어(건너는 다리가 보일 무렵 쯤) 자기가 갈길로 가버렸다

신기한 기특한 놈이었다

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좀 그랬었다

(아주 무서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흔들리니 좀 그랬다는 것이다)

난 아직까지도 따라에게 사진을 보내주지 않고 있다

난 나쁜 게으른 놈이다

나보다 한참 어리다;;;

트레킹 중에... 이 블로그 안에서도...

계속해서 나오는 얘기지만

따라의 옷은.. 청바지, 1만원짜리 짝통 노스페이스 등산화였다

직업이 가이드겸포터이니 좋은 장비는 없어도 된다거나, 

필요가 없다거나 할 수도 있겠지만

히말라야라는 자연 환경에서 사용하기엔 너무도 열악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들(가이드나 포터 등 현지인)은 이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여

일상의 생활 장비로도 이 험난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따라는 포터 생활을 몇년한 후에 가이드겸포터가 된거고

정식 가이드가 되기 위해선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했다

따라가 찍어 준 사진..

요즘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핸드폰으로는 사진을 좀 찍어도

카메라로는 잘 찍지 못한다

 

이때 난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정성껏 사진을 찍히고 싶지 않았었다

 

차메 이하로 내려가는 이 길은 점점 겨울을 벗어나 초가을 정도의 날씨로 접어들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 왼쪽의 길로 따라 올라가면 과수원 같은 곳이 나온다

(정확하지는 않다. 올라갈 때 브라탕  부근이 사과로 유명한데 옆 울타리가 이곳과 비슷해서 추정하는 것이다)

출발할 때 멀리서만 보이던 마나슬루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길은 계속해서 진창이고 가장자리로 조심스럽게 걸었다

행여라도 미끄러지기 한다면...

X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티망베시 쯤 인거 같다

하산하는 길에 한 롯지에 수명의 서양인들과 가이드, 포터들이 가득했었다

그들의 짐은...

내가 백패킹을 갈 때 최대로 메고 가는 105리터의 배낭보다 커 보였다

도대체 뭘 얼마나 챙겨서 올라가는 것이란 말인가?

매일 매일 갈아 입을 옷과 매끼 먹을 음식들을 모두 가져가기라도 한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가이드들.. 포터들..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이곳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그리 대하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왜 그들에 대한 배려가 없단 말인가

돈만 주면.. 

모든 것이 다 해결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겐 와닿지 않았다

 

여기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따라가 식당을 찾질 못하고 있었다

첫 식당에 물어보니 영업을 안한다고 하며 

좀 내려가자며 목재문으로 반쯤 막은 건물로 들어가니

누들만 된다고 해서 싫다고 하니

좀 더 내려가면 다른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갔더니

길에서 건물까지는 50m 이상을 걸어가야 하는데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었다

 

그래서 안간다고 하고 100m를 내려왔다

따라에게 다음 마을까지 얼마나 걸리냐 라고 물어보니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난 그냥 가자고 했다

따라는 임도길은 좀 머니까 위로 조금만 다시 올라가면 트레킹 길이 있다고 하며

올라가는 것이었다

 

근데 그 길이 좀 전 가게를 통과해야 하는 길이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가게로 들어간다

 

난 짜증이 났다

배고픈건.. 내겐 정말 짜증나는 일이란 말이다

이 녀석이 올라올 때도 그러더니 또 이러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말이 통해야지

할 수 없이 식당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따라는 눈치를 보며 한쪽에 떨어져 앉는다

 

건물 2채가 양쪽에 있고 가운데는 넓은 마당이 있는 곳이었다

 

마카로니와 핫초코를 먹고 출발한다

입술의 상태를 계속 안 좋았다

부어있었고 딱쟁이 같은 것이 계속 있었다

거울이 없어 셀카를 찍어 확대해서 상태를 확인하는 수 밖에 없었다

뭔가 누런 것이 부어있고 딱쟁이 진 것이었다

한국에서 13일에 출발하여 20일인 현재.. 7일 동안 면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수염이 덜 자라고 있다

몇년 전에 피부과에서 의사가 지멋대로 볼에 제모를 해버렸다

난..

한동안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었다

뭘 먹었는지는 당연히 기억나지 않고...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한다

 

이 건물의 안쪽 길을 통해서 계속 내려갈 수가 있었다

왔던 길로 가면 돌아가지만 안쪽 길을 통하면 가로질러 가는 것이었다

마나슬루가 좀 더 가까워졌다

이것도 좀 더 내려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안쪽의 수풀을 바라보면 원시림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사람이 발길은 오직 나무를 구할 때만 허락하는 그런 공간같은..

어느새 또 다른 강아지가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뭐가 그리도 좋은 건지..

외지인을 알아보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저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조금 웃긴 것은 그나마 걷기 좋은 곳으로 걷는 것은 

짐승이나 사람이나 똑같다는 것이었다

이 녀석도 걷기 편한 곳으로 걷고 있었다

아주 곧게 길게도 잘 자란 나무였다

그러면서도 이끼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임도길이 아닌 샛길로 움직였었다

그러던 중 동양인과 서양인 커플과 잠시 같은 길을 걷었었다

둘 다 걸음걸이가 좀 이상.. 했었다

운동화를 신고 이런 곳을 오다니.. 참 생각들 없다..

란 생각도 해보고

나만 이리도 호들갑으로 준비를 해온 것인가.. 

라고 생각도 해보게 됐다

경사가 진 길 중간중간에 낙석이 있었다

걷는 중에 이런 돌이 떨어진다면.. 죽는 것이다

이건 뭐 마치 여기에 버려놓은 느낌이다

눈 녹은 계곡물..

눈으로 보는 경치와 물 소리는 정말 좋았는데

사진으로 아무리 찍어봐도 온전히 그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몇번을 찍어보다가 포기하고 그냥 돌아섰다

난 사진 기술이 없나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의 기술이 중요한 것인데...

다나규(Danagyu 2,300m)쯤으로 기억을 한다

여기저기 공사를 하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은 수족관? 이라고 했었던 같았다

이 산속에 물고기를 키운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헬기장과 한자로 된 경고판..

따라가 말하길..

중국놈들이 이곳에서 공사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몇 분 정도 더 걸으니 학교인지.. 무슨 시설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큰 규모의 공사장이 보였다

뭔 내용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따라의 말을 듣고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떼놈들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것에...

그래도 인부들은 현지인들을 고용한 것 같았다

폐가..

전에는 문 앞에 계단이 있었을 것이다

 

어느샌가

길이 넓어지고..

계단이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진 것일 것이다

이 마을에서도 또 다른 강아지가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정말 이 녀석들...

서로 연락 주고 받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찌 보이는 강아지마다 이렇게 자기가 앞서가며 길을 안내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좀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본다

내가 잘 오고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거대한 돌들이 떨어져 있고

날이 좀 풀리면 치울라나..

아마도 그냥 계곡 밑으로 굴러 떨어트려 버리지 않을까.. 싶다

14시 17분

바가르찹(Bagarcharp 2,160m) 

위치와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롯지 사진만 찍고 지나간다

좀 더 걷다가 폐가에서 화장실을 들리고 

좀 쉬면서 

딸(Tal)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3~4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한다

이미 시간은 3시경이다

아.. 젠장 얘 왜 이러지?

점심이나 도착시간이나 모든 것이 엉키고 말았다

 

길은 모두 임도길을 걷고 있었다

차마고도 같은 트레킹 길이 거의 없다

길어야 10여분 되는 짧은 샛길 뿐이었다

그나마 그 샛길도 몇 뻔 짧게 걷다가 다시 임도길은 걷고.. 이런 식이었다

 

후회를 한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나

차라리 북알프스를 갈 걸...

이러니 히말라야 트레킹이 개나 소나 다 오는 곳이었구나

라고 위로를 하자고 생각도 해본다

 

트레킹에 대한 후기를 처음 본 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후회를 했었다

이렇게 개나 소나 오는 곳을 내가 가야하나... 하고

 

그래도 이곳은 등산인이라면 누구가 꿈꾸는 곳이라 온 것이었다

난 역시 트레커는 아니고 등산인이란 생각이 든다

 

이미 시간은 3시가 다 되어간다

차메에서 출발할 때 

다라파니나 딸 둘 중 하나가 오늘 목적지라고 하길래

난 딸(Tal)이라고 했다

몇 시간 걸리냐고 물어보니

5~6시간 정도 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미 출발한지 6시간이 지났다

오늘 딸(Tal)은 못 가는 것이다

 

 

다라파니(Dharapani 1,860m) 도착 전 삼거리 같은 곳에서

난 폭발했다

 

난 온리 트레킹 로드를 원한다

고 했는데..

온리는 없고 지프로드가 거의이고 트레킹 로드는 일부란다

이 빡침은 무어란 말인가..

난 너무도 화가 나 있었다

 

그러자 따라는 건너산의 한 지점을 가르키며

저기로 가면 트레킹 길이라고 한다

대신 마나슬루 코스라고 한다

 

그러면서 얘기하는 코스와 시간을 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영어로 얘기하니까

 

그래서 라주(네팔 여행사 가이드 팀장)에게 전화를 걸라하고 따라가 먼저 상황 설명을 했다

그리고 나를 바꿔줘서 통화를 하니

 

따라가 얘기한 건너편은 마나슬루 코스이고 산 위의 마을에서 하루를 자야하고

다시 원점(아마도 다라파니 얘기하는 거 같았다)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하는 걸 얘기하면 가이드(따라)가 그대로 할 거라고 했다

 

차라리 그제 가이드가 얘기한 비법정 길로 갈껄하고 후회도 했다

그랬다면 좀 더 트레킹 다웠을 것이다

지금처럼 임도길로 걷는.. 이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은 이미 오후 5시 무렵인걸로 기억을 한다

시간상 더이상 움직일 수가 없어 이곳에서 머물기로 하고 주변 숙소를 찾는다

 

첫번째 숙소는 문으로 닫혀 있었고

두번째 숙소로 가니 따라는 따로 자자고 한다

그러면서 나보고 침대 하나에 짐을 풀어놓을 수 있지 않냐고 한다

 

처음 차메에 도착했을 때 우리 방은 침대가 3개였고

침대가 3개면 짐을 놓을 수 있어 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다

하지만 실상은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밟으면서 출발했는데

어느샌가 눈은 사라지고 전혀 다른 계절로 바뀌어 버렸다

 

숙소에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폰으로 다시 한번 입술을 찍어본다

여전히 상태는 좋지 않다

주방 겸 식당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방바닥으로 되어 있고

끝 쪽 바닥에 난로가 놓여 있었다

창 쪽에 이불 같은 걸 깔아놓고 좌식으로 사용하고

그 앞에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여기는 고도가 낮아 그런지 난로를 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옷을 다 껴입어도 추웠다

 

그렇게 앉아서 식사를 하고(뭘 먹었는지는 당연히 기억나지 않고..)

따라에게 돈을 줄테니 난로를 피자고 얘기하니 

난로를 피어준다

그나마 낫다

몸을 녹이고 잠시 뒤에 바깥으로 나와 별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건물에 외벽등이 많아 너무도 밝았다

그래서 카메라에 빛이 들어오는 걸 막을만한 걸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종이 박스를 찾아서 카메라를 안에 집어넣고 최대한 빛을 차단하고 찍었다

주변 빛이 밝아 초점을 잡기는 더욱 힘들었고

찍다 보니 어느새 구름이 몰려와 그리 이쁜 사진이 나오진 않았다

 

난 외국에 가면 늘 보름달이고..

이리도 운이 없단 말인가..

이 숙소는 건물이 ㄱ자 형태로 두개가 있고 그 사이로 뒤뜰에 화장실 있었다

무서웠다

시골의 바깥 화장실 같은 느낌이었다

 

숙소의 창으로는 옛날 건물의 뒷쪽 담벼락 같은 공간이 있었는데...

좀 무서웠다

난...

어딜가나 이 눔의 무서움이 문제다

 

오늘은 시작부터 뭔가가 꼬여 있었다

계속된 임도길..

점심 문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난 이방인이라..

난 말을 못하니..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돈을 주고 고용했다고 한들, 이곳에선 그들이 대장이다

그렇게 꼬여버린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난 아직 코스를 정하지 못했다

그저 더 걸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

 

혹독하게 걷기만 하는 그런 여행을 바랬지만 그것은 그저 바램으로 끝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 욕구를 채워야만 했다

그것이 무엇이던지...

 

 

21일 01시 43분

이날은 잠을 늦게 잔 것인지..

추워서 깬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태로 봐선..

잠들기 전인 거 같다

 

이쁘장하게 셀카를 찍었구나

자면서...

입술이 결국엔 탄 걸 알게 되었다

입술 건조만 생각해서 바세린으로 챙겼더니 

햇빛에 타는 걸 생각 못했다

 

정보가 어두웠다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와도 몇개는 빠트리고 오는 것이 여행이거늘..

난 불과 한달 정도만 준비를 하고 여기에 온 것이다

 

그러니 좌충우돌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라고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