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라운딩 - 3일차

2019. 6. 2. 01:58해외 등산/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여행기간 : 2019년 2월 13일 ~ 27일 (14박 15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3일차 (2월 15일) 금요일

 

이동 경로

 

베시사하르 ~ 참제 ~ 차메 (지프 이동, 중간에 많은 마을이 있지만 그냥 지나쳤으므로 패스)

 

  

오전 7시 경 기상

 

일어나서 밖을 보니 낯설은 건물들과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카메라로 아무리 찍어봐도 이 정도 뿐..

설산이 나오면 전체가 어둡게만 나오니...

멀리 산 중턱의 마을들..

처음 본 느낌은...

화전민.. 이었다

그리고 마감이 되어 있지 않은 건물들..

정말 낯설다

출발 및 식사를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갈 무렵에

따라(가이드)가 본드를 가져와서 자기 등산화 깔창을 붙인다

양쪽이 모두 벌어져 있었다

 

출발 전에 가이드에게 줄 물건들을 챙겨왔었다

플리스자켓, 비니, 양말, 운동복..

그리고.. 등산화를 가져오고 싶었으나 안 쓰는 것이 없었다

가이드나 포터들이.. 짝퉁 등산화나 운동화...심지어 슬리퍼도 신는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거라도 가져올 걸... 라고 생각했다

미안했다...

 

8시 좀 넘어 밖으로 나왔다

난 7시 30분 경에 출발하려 했지만

지프가 그 시간에 가질 않는단다

 

어제 이곳에 올때는 나혼자 지프를 통채로 대절한거였지만

(그 차는 그 밤에 다시 카트만두로 돌아갔다)

이곳은 이곳 차량들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지프들이 대기하고 있다

모두 트레커나 주민들을 태우고 안나푸르나 지역으로 가는 차량들이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실질적인 첫 출발지인 베시사하르

정말... 아무것도 정비되지 않은 그런 마을같다

하긴.. 이건 카트만두도 그랬었다

카트만두에서 도심을 벗어나면 바로 이런 모습들이었다

약국에서 이뇨제(다이나목스)를 구입하고 있는 따라

(내게 3개 정도를 줬다. 기억이...)

난 사전에 이뇨제(아세타졸)를 구입해서 출발 며칠 전부터 반쪽씩 먹고 있다

(다른 지역이지만 고산 경험이 있어 반쪽으로 시작했다)

이뇨제를 먹으면 손발이 붓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

또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내가 준 자켓과 모자를 쓰고...

면바지에 만원짜리 짝퉁 노스페이스 등산화(본드 붙인...)

그런 따라에 비해..

난 수십배 가격의 물건들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오는 괴리감은 여행 내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어제 묵었던 숙소

지프를 구겨 타고..

화물칸 포함 7인승(3열) 이지만

1열 : 운전자, 승객2

2열 : 나, 승객3(아이 포함)

3열 : 승객 4(아이 포함)

총 11명

 

08:40분 출발 (파일 정보에서 시간 계산하고 있다니...ㅡㅡ;;)

 

09:07분

팀스(트레커 정보) 체크

주요 지점마다 트레커 방문을 확인하는 것이다

사고 발생시 사상자 확인?을 위한 목적도 있다

 

따라는 차메까지 가고 숙박하고 내일 피상까지 가자고 한다
브랑탕은 호텔이 1개뿐이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따라는 이미 보름 전에 한국인과 라운딩을 완주 했었다

이미 많은 눈이 온 상태였기 때문에 그 당시의 숙소 정보를 알고 있었다)

일정이 하루 늦어진다

난.. 또 잔다

잘~~ 잔다

저 멀리 설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현재 이 곳은 초가을 정도의 날씨를 보이고 있다

10:52분 참제 도착

이곳에서 일부 승객들은 식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은 쉬고 있다

나와 따라는 밖의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따라가... 38살 이란다..

난.. 나와 비슷한 또래인 줄 알고.. 40대라고 얘기했다

내 나이를 묻길래 괜히 미안한 마음에 42살 이라고 그랬다

뭐 사실 그거나 저거나 지만..

 

그리고 아내와 아들 2명이 있고 직업으로 히말라야를 다녀오지만

직업도 결혼생활도 힘들다며 싱글이 좋다고 한다

돈 없으면 결혼하지 말란다 ㅋㅋ

 

아.. 어찌 이걸 알아 듣을 수 있는건지

난 한국어만 할 줄 아는 놈인디...

 

얘기를 할수록..

집에 안쓰는 물건이라도 택배로 보내줄까란 생각도 계속해서 든다
나의 호의가 건방짐과 자만심은 아닐런지...

이 생각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들었다

내가 탄 마힌드라 지프

모든 짐은 차량 위에..

중간에 낙석으로 인해 차는 조심조심 지나가지만..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이다

언제든지 무너질 것만 같다

낙석 구간을 통과해서 잠시 쉬고 있다

이 차량에 터번을 쓰고 쪼리를 신은...

아.. 어느 지역 사람이었는데..

티벳인지.. 아랍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행 중 지역 사람들은 잘 찍질 않아 모든 걸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

밑에서 부터 걸어오던 트레커와 가이드? 포터?

둘다 운동화를 신고... 가이드는 청바지를 입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곳은 딸(Tal)이다

강가 옆에 있고 뒤로는 산과 폭포가 있는..

아름답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마을이다

저곳은 트레킹 길이고 지금 내가 가는 길은 임도길(지프로드)이다

파출소

차창으로 몸을 내밀고 찍은 설산

가내수공업

사극을 보면 많이 나오는 포목 한필

13:15분 

다라파니 

따라는 팀스 체크하러 가고

팀스(TIMS - 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와 퍼밋(Permit)

좁은 길 양쪽으로 바로 붙어 있는 집들

오른쪽 계곡 쪽으로 마을들이 있다

이제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다

길에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있지만 기온은 높아 길은 엉망이다

탄촉에 도착할 즈음에

또 다시 낙석..

워낙 거대해서 포크레인이 깨고 있는 중이다

이 길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수준으로 정비가 가능할까?

 

약한 진눈깨비도 내리고.. 

14:52분 차메 도착

눈이 내리고 있고

길은 이미 눈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지프는 계속해서 미끄러지기만 해서 더 이상 올라가질 못하고 모두 내렸다

이곳은.. 타이어 체인이 없다

 

이곳까지도 6시간 이상 걸렸다

애초 계획했던 출발 시간보다 1시간 늦었고

낙석 등의 사정으로 늦게 도착했다

여행사에선 5시간이면 도착한다 해서

이곳에서 부터 포카리까지 트레킹을 시작하려 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머물러야 했고

따라와 얘기했던 포탈라 게스트 하우스는 이미 만석이라 자리가 없었다

포탈라 게스트 하우스는 부부가 한국(의정부라 했던거 같음)에서 십수년 이상 일을 하셔서

한국말도 잘 하시고 한국 음식도 곧잘 하신다

 

하지만 이미 한국인들로 꽉 차 있고..

(폭설로 인해 마낭까지 갔던 분들이 거의 모두 철수 중이셨다. 이 롯지(숙소)에만 십여분 이상 계셨다)

아주머니가 자기 언니가 하는 바로 밑의 롯지로 가라 해서 

이동하는 중에..

한국분들 5~6명이 내려 오신다

자신들도 철수 중이라고...;;;;

눈은 계속해서 오고... 밤새 내렸다

포탈라 게스트하우스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20년만의 폭설이라고 한다

자신이 어릴적에 보고는 처음이라고...

식당으로 들어오니 뭔가 종교적인 분위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들은 티벳 분들이셨다

네팔과 티벳은 국경이 맞닿아 있다

아직까진.. 멀쩡하다

주인 딸

날 좋아한다 ㅋ

이눔의 인기란..

하지만... 아무런 의미없다;;

사진 몇장 찍어서 아주머니 폰으로 전송(블루투스)해 드리고..

저녁은 달밧을 먹는다

 

여행사를 통해 진행시 모든 경비는 일시불로 지급하고

사용처는 롯지 숙박, 식사 3식, 핫티 2잔이다

하지만 숙박비는 없고 식사비에 모두 포함된 것이다

(일정에 따른 교통비 등 필요에 의한 기타 비용은 별도)

 

따라는 일정 내내 거의 달밧만 먹었다

난.. 자신의 숙박비와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달밧이 생각보다 비싸다. 그래서 이해가 안됐던 부분이기도 했다

(나중에서야 사실을 알게 된다 -  물론 나의 정보가 부족했었던 거지만..)

롯지에는

트레킹을 시작하는 나와 또 다른 한국인 1명, 철수하는 한국인 5명 및 가이드, 포터들.. 약 13명 정도 있었다

철수하시는 분들은 마낭에서 2일정도 대기하셨는데 날씨가 풀릴 가능성이 없어 보여 철수를 했다고 했다

(이분들은.. 코펠, 버너에 술까지 챙겨오셨다. 포터가 그 모든 것을 짊어져야만 한다;;)

 

그러면서 나한테도.. 철수를 하라고..

오늘 왔는데...ㅡㅡ;;

그 분들이 마낭에서 철수를 했으므로 마낭까지는 갈 수 있을거라 판단했고

일단은 그곳까지 가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주변을 잠시 둘러본다

눈이 오는 흐린 하늘이라 눈 앞의 산 정도만 보이고 그 너머는 뭐가 있는지 알수가 없다

겨우내 한국에선 거의 보질 못했던 눈을 이곳에서 보게 되는구나

차메에서 묵은 숙소 '문라이트 게스트하우스'

포탈라 게스트하우스의 언니분이 하시는 곳..

저녁을 먹고 한국분들과 얘기하며

모두들 장작 난로에 젖은 등산화를 말리고 있다

(철수하신 분들의 가이드와 포터는... 운동화였다;;)

난.. 정말.. 알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여행 내내..

 

이상하게도.. 한국에서 왁스를 먹이고 나면 설산 산행시 당일 정도는 앞 부분만 조금 젖을 뿐인데

이곳에선 불과 몇십분 정도만 눈속에 있었을  뿐인데도 젖어 있다

눈이 다른 건가? 알 수는 없지만 이것도 지금에서야 생각난 거다

그때는 그저 녹은 눈이라 잘 젖나 보다.. 했을 뿐이다

 

트레킹의 거의 시작점이라 그런지 이곳은 물품 등에 여유가 있고

인심이 좋다

 

장작을 한없이 공급해 준다 ^^

단.. 저녁 8~9시 정도까지이지만..

왜냐하면 보통 이 시간에 잠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방 사진은 별로 안 찍었구나

보통 방 중앙에 양문형 문(폭은 약 90cm정도)이 있고 양쪽에 침대가 2개 놓여 있다

 

이곳까지는 전기, 와이파이가 원활하게 잘 공급되고 있었다

 

따라와 같이 방을 쓰고... 

난 이걸 당연하게 여겼다

따로 잔다고 하면 같이 자야 한다고 했다

 

내가 뭐라도 된다고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그런 건 싫다

 

아무튼 일정은 하루 늦어져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

푼힐 전망대나 아이스레이크를 빼면 된다

 

그렇게..

제1 목표를 쏘롱라패스를 넘어 완주하는 것으로 수정한다

 

이 목표는...

매일매일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따라와 수없이 의논하게 만들게 된다

 

이렇게 3일차의 일정이 끝났다

 

진짜 트레킹은 내일부터다

 

이미 눈은 30cm 이상 와 있고 난 제발 갈 수 있기를 바랜다

이 마을에 있는 다른 트레커들이 먼저 러셀을 하며 출발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