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알프스 우라긴자 종주 - 3일차

2019. 3. 2. 23:55해외 등산/일본 북알프스 - 우라긴자

여행기간 : 2018년 9월 22일 ~ 26일 (4박 5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3일차 (9월 24일) 월요일

이동 경로
 
노구치고로고야(野口五郎小屋) - 노구치고로다케(野口五郎岳 2924m)마사다케 (真砂岳 2862m) - 히가시자와노리코시(東沢乗越 2734m) - 스이쇼고야(水晶小屋 2900m) - 와리모다케(ワリモ岳 2888m) - 와시바다케(鷲羽岳 2924m) - 미츠마타마산소오(三俣山莊) - 미츠마타렌게다케(三俣蓮華岳 2841m) - 스고로쿠다케(双六岳 2860m) - 스고로쿠고야(双六小屋)

난 잠자리가 바뀌면 자주 깬다
그리고 바로 잠든다
깨서 잠이 안온다거나 하는.. 그런거 없다
받은 잠 버릇^^

새벽 4시 10분 쯤 일어난다
일본의 모든 산장(아마도...)은 4시 전후로 기상하여 식사 준비를 하고
등산객들은 산행 준비를 한다

나도 일어나 옷을 갈아 입고 산행 준비를 한다
그리고...
식사 시간까지 멍하니... 기다린다 20~30분을..
 
그런데.. 
어제 저녁 식사 때만해도 30여명 정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10여명 정도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출발을 한 것이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리 신경은 쓰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산장을 나온다
 
06:03분 산행 시작 
예정 시간보단 30분 늦은 출발이다
외박을 가서도 아침 일출은 거의 보질 않는 편이다
그 시간에 자야지 뭔 일출이란 말인가?
일출은 연초의 일출 산행으로 충분하다
란 주의다
 
 출발하는 이 시간...
날이 정말 좋고 태양도 멋있게 올라와 있다 
이런 일출은 처음 보는 듯하다
 
 빛 갈라짐을 표현해보고자 조리개를 조였으나.. 더 조일걸.. 
2장 찍고 그냥 출발한다

 산장 우측에 등산로가 있다
스이쇼 방향으로.. 

일출 속의 노구치고로고야

 햇살이 좋다
이것이 매직아워.. 
이 시간은 무엇을 어떻게 찍어도 작품이다

 렌즈 후드가 약간 돌아가져 있다
후드의 조임이 좀 약해져가고 있다
이 모든 이정표도 산장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돌 무더기를 볼 때마다 싫던 좋던 우리는 같은 문화권이란 걸 알게 해준다
어쩔 수 없이 평생을 함께 해야할 나라란 것을...

 뒤돌아 본다
이 흙들은 뭘까..
하얀색의 흙이란..
 
등산을 다니면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내가 지질학, 식물학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식물의 이름의 무엇인지..
이 지질은 무엇인지..를 알고 다니면 더욱 재밌는 산행이 될 것인데..
 
늘 아쉽기만 하다

능선위로 올라서자 정상목 같은게 여러개 보인다 
좀 헷갈렸었다 
멀리 보이는 곳이 좀 더 높아보여서 '저길 것이다' 라고 생각해본다

06:27분
노구치고로다케(野口五郎岳 2924m)
젊은 남녀가 이미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디서 온 사람들이지?
벌써 스이쇼쪽에서 온 사람들인가?

한국에서 출발전에 산행 얘기를 하다가 인증 어쩌고가 나와서
현수막을 만들어서 각 기점마다 찍긴 했다
돌이켜보면 의미없는 행동들..
그리고 정작 이 산에서 내 독사진은 없다 ㅋㅋ

저 멀리 야리가다케가 더욱 잘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의 삼각형 봉우리가 카사가다케란 건 이날 저녁에 알게 된다)
오늘 가야할 길은
가운데 ~ 오른쪽 사진 끝 ~ 왼쪽 ~ 야리가다케 앞 능선까지이다

뒤돌아보고

오른쪽엔 스이쇼다케 

정상에서 내려와 앞으로 걸어간다
 이미 반대편에서 올라오고 있는 사람..
 

이때서야 난 알게 됐다
 아침에 산장에 사람들이 없었던 이유를..
 작년에 매일 출발할 때마다 반대편에서 이미 산장 근처까지 와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들은 4시에 일어나 식사를 거르고 새벽 산행을 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험한 곳에서...길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야간 산행은 위험하지만 새벽산행은 어둠 속을 잠시만 걸으면
동이 터오기 때문에 이들은 그 시간에 일찌감치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산장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다

난.. 배고프면 암것도 못하는 놈이라 
생각도 안했던 것인데
어찌보면 좋은 생각일 수도 있다
일어나서 출발까지 약 2시간이나 걸리는데..
그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고
2시간 정도 뒤에 쉬면서 식사를 한다
어찌보면 합리적이다

뒤돌아서 한장
난 가운데 길로 내려왔고 위의 등산객은 왼쪽길로 올라간 것이다
사장 같은 이 길은.. 모래가 부서진다고 해야하나?
조금은 미끄러운 길이다

같은 산군안에서도 산이 다르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곳과 바로 앞의 왼쪽의 산과
저 멀리 야리가다케의 산과 각 산이 모두 다르다 

오른쪽으로 둠벙 (五郞池)
 곳곳에 이런 작은 둠벙들이 있다

하늘이 좋다
마사다케 (真砂岳 2862m)

07:11분
여기서 길이 우측 90도 방향으로 꺽인다
지도에 足元注意 라고 적혀 있다
급경사 내리막길이고 백사장 같은 길의 특성상 모래가 밀려 조금은 미끄럽다 

내겐 이름 모를 꽃들.. 

미끄러지면...
죽는다
미끄러져 올라오다가..
죽는다 

이 글을 쓰며 사진과 지도를 비교해보니
좀 더 잘 알 수가 있다
이 곳은 7월 하순까지도 잔설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뒤돌아 보면
왼쪽 끝의 봉우리부터 걸어온 길..

오른쪽은
사진 왼쪽 봉우리 부근의 스이쇼고야와 오른쪽 끝의 스이쇼다케
지도를 보니 스이쇼다케 지나 어디쯤인가 온천이 있는 모양이다

걷고 있는 산이 바뀌고 있다
백사장에서 적색의 황토빛 산으로...

08:28분
히가시자와노리코시(東沢乗越 2734m)
예정 시간 07:50분
출발이 30분 늦었으므로 예정 시간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은....
걸어온 길 쪽은 구름이 많아지고 있다

가야할 길도 구름이 많아졌다
두어달 전에만 와도 가는 길 곳곳에 야생화가 많이 있을텐데..
난 항상 못보는구나..
하지만
내 생각엔 이 시기가 산행하기 좋은 시기라 생각한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거의 같은 계절을 공유하기 때문에
7~8월은 태풍으로 인한 비가 많이 온다

이렇게 흙이 깍인 것은
우천시에 위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이리 만들었을 것이다

O, X 시간..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합리적으로 알려주는 이정표

스이쇼고야가 가까워져 가고
언제든 무너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다

09:20분
스이쇼고야(水晶小屋 2900m)
도착해서 과자, 음료수, 뱃지를 구입하고 충분히 쉰다
왕복 70분 거리이긴 하나 스이쇼다케를 갈까 고민하다가
안 가기로 결정

이곳은 젊은 여직원이 일하고 있다
대단하다는 생각 뿐...
말을 하고 싶어도 말 할 수 없는 이 팔자라니...

걸어온 길..
왼쪽의 하얀 봉우리부터 오른쪽의 길로 여기까지..
아침부터 참 멀리도 왔다

10:09분
약 50분 가량을 쉬고 출발한다
얼마 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밑의 조그만 이정표에 있는 오른쪽 방향으로 출발

스이쇼고야..
어제 본 에보시고야나 노구치고로고야 보단 외관은 깔끔하다
신축인지...개축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노구치고로고야에서 여기까지 3시간 정도 걸렸다
아침에 본 역 방향의 일본인 3명은 거의 2시간 정도만에 온 것일 것이다
 정말 빨리 타는 일본인들.. 

또 한명이 걸어온다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다 

 이런 능선길은 편하기만 하다 
확실히 오모테긴자보단 조금은 편한 길이다

흐려진 하늘
비만 오지 말아라..

10:28분 
와리모다케 분기점 
왼쪽은 스이쇼/에보시다케 
오른쪽은 와시바/미츠마타렌게다케 
가운데 쿠모노다이라, 미츠마타산소오(우회) 

길 좋다 

어찌 이리도 산하나 넘을 때마다 전혀 다른 산을 걷게 되는 건지...

와리모다케 어딘가쯤... 
갑자기 일본인 2명이 위에서 내려온다 
깜짝 놀랬다 

정식 등산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비탐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보다
낙석이라도 떨어졌으면.. 
이런 길을 위험하게도 올라가다니.. 
오른쪽은 급경사의 낭떠러지 인데...

마치... 꽃처럼 피어난 돌들..

왼쪽의 봉우리가 와시바다케이다

그리고.. 아직 가야할 길

하늘이 맑아지고 있다
벌써 몇번째나 바뀌고 있는 것인지.. 

엄청난 너덜지대
국내산의 안내판에서 본 너덜지대 형성 과정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듯 하다
난 지질학을 모르니까.. 

문득...
오리 이모티콘? 캐리커쳐? 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찍었다
일본의 산에도 이런 형상에는 분명 이름들이 있을텐데
알수가 없으니...
지금 보니 카사가다케를 가리키고 있었구나
기특한 놈!!

11:36분
와시바다케(鷲羽岳 2924m)
독수리 깃털 산이란다
이곳에서 사진 놀이를 하기로 했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내 머리 위치쯤에 초점을 맞춰 놓고
타이머 설정을 해 놓고
찍었다
 
그런데..
 
젠장..
초점 다 날라갔다
이땐... 몰랐다
아...젠장할..

  

초점만 맞았다면..
괜찮은 사진들이 나왔을 텐데..
 
근데.. 삼각대가 작다
새로 사야겠다
조금 큰 걸로..
아니면.. 늘 가지고 다니던 그걸로..
약 2kg이나 하는데ㅡㅡ;;

이렇게 다양한 자세를 잡아 본적이 없었다

잠시 앉아 행동식 좀 먹고 출발한다
걸어온 길
왼쪽의 스이쇼다케는 안 갔다

와시바다케에서 몇 분만 내려오면 보이는 
鷲羽池 (독수리 연못)
그런데 북알프스에서 독수리는 보질 못했다
중간쯤 내려가면 연못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내려가는 길이 상당히 험하다
급경사에 바닥의 모래는 계속해서 부서지고, 미끄러져 내린다
마치 마등령을 내려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조심조심...
방심하면.. 죽는다

저 멀리 미츠마타산소오와 미츠마타렌게다케가 보인다
꽤 멀다... 

약간 오른쪽으로 미츠마타렌게다케 뒤로 쿠로베고로다케도 보인다

거의 다 내려왔다 

문득..
연못의 위치가 궁금해서 뒤돌아봤다
순간 어딘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중간쯤의 봉우리 근방인 듯 하다
내려오면서 연못도 가볼까 했었는데..
시간을 아껴야 하기에 그냥 지나쳤다

산장에 다 와 간다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
저 가운데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관목이 우거진 길을 걸어가고..

13:10분경
미츠마타산소오 (三俣山莊)
이 산장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주변이 온통 관목으로 둘러쌓여 있다
겨울에 이곳에 올 수 있다면 정말 멋진 풍경이 기다릴 것이다
라고 생각해본다
 
이곳에서 등산화를 벗고.. 
안으로 들어가 음료수 2개를 사고
바깥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이미 2명이 바깥에서 식사 중이었고
내가 쉬고 있는 중에 2명이 더 도착한다
 
여기서도 한 40~50분을 쉬었다

14:00분경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여기서부터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한다
첫 출발이 30분 가량 늦었고, 산장에서의 휴식을 너무 길게 가져갔다
 
이곳은 등산로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쿠모노다이라 (雲ノ平)
黑部源流
스로쿠다케(双六岳 2860m)
쿠로베고로다케(黑部五郞岳)

내가 가야할 길은 스고로쿠 방향

 이 지점 이후부터 미츠마타렌게다케(三俣蓮華岳)로 올라가는 오르막이다

중간에 반대편에서 오는 일본인에게 물어본다

저 봉우리까지 얼마나 걸리냐고......40분 정도란다

40분 정도라니..믿을 수가 없다더 걸릴거 같았다이건.. 내가 지쳐있다는 얘기였다
미츠마타렌게다케(三俣蓮華岳)를 올라가며 뒤돌아본다와시바다케와 미츠마타산소오참 멋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쿠모노다이라 쪽을 찍은 건가?

 14:43분

미츠마타렌게다케(三俣蓮華岳)가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저 만큼을 올라가야 한다

40분이면 올라가는 곳을...

난 지쳐있었다

근데.. 그 40분은 일본인 기준이었다

14:46분
지도를 꺼내보고 이 기점까지가 40분이다
라고 위로해본다 
별 소용은 없었다
 
이 분기점에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이다
 
이 지점에서 길이 갈라진다
능선 아래로 가는 길
정상을 올라가서 능선으로 가는 길

왼쪽을 바라본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저 만큼이다
중간쯤의 평평한 언덕을 넘어야만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한다
능선길과 아래길
사진의 가운데 부근으로 4~5명의 등산객이 스고로쿠고야를 향해 가고 있다
저 길은 스고로쿠다케를 가진 않는 길이다
약 40분 정도 절약된다
 
난... 정상을 향해 능선길로 걷는다

15:07분경
미츠마타렌게다케(三俣蓮華岳 2841m)
 
정상에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삼각대를 설치하고

초점을 맞추고 타이머를 설정하고 다시 찍었다
젠장..여기서도 초점 날라갔다

이때도... 몰랐다

초점이 안 맞은걸..

어여 가야한다는 생각뿐이라

"찍혔군"

"그럼 가자"

했었다;;

정말 깔끔한 디자인의 이정표
과하지 않고 보기 좋다

다른 코스는 잘 보이는데
스고로쿠 방향만 글이 거의 떨어졌다
"六" 자만 명확히 보인다

이 곳에 오니 카사가다케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직도...가야할 곳이 멀기만 하다

이 언덕을 넘으면..
나올런지...

16:09분
갈림길 도착
 
중도능선분기

스고로쿠다케
중도능선, 스고로쿠고야
미츠마타, 쿠로베
난 스고로쿠다케(双六岳) 방향으로

일몰을 향해 가면서 마지막 강렬한 햇살을 비추고 있다
온통 회색빛의 야리가다케와 오른쪽의 호타카 연봉
 
호타카 연봉.....
언젠가는 가게 될 것이다
하루라도 젊었을 때 가야하는 것인지..
최후의 코스로 남겨둬야 하는 것인지..
지금도 고민이다

16:43분
스고로쿠다케(双六岳 2860m)

이 곳에 도착하니 온통 구름이고 더욱 흐려진다

또...다시..
먼저 정상목에 초점을 잡아 설정을 하고
그 다음에 오른쪽으로 내 얼굴 위치 쯤으로 초점을 변경한다

그리고.. 
찍는다
 
이때서야 초점을 확인했다
젠장..
하나도 안 맞았구나
얼굴 위치로 초점을 잡았다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무한대 초점(내 뒤로 어딘가 하늘에..)을 잡은 것이다
아.. 젠장..
 
근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진 한장 더 찍자고... 초점을 어찌 잡아햐하나 고민할 시간이 없다
단 몇분이라도 얼른 가야한다

정상목 뒤쪽 10여미터 지점으로 내려간다
평평한 능선 뒤로 야리가다케가 보이고
구름? 안개? 가스? 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곤 순식간에 흐려지고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엄청나게 끼기 시작하고 바람이 분다

다시 옅어지고
불과 10분도 안되는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뒤돌아본다
스고로쿠다케..
언제 다시 올지...

거의 평지길을 걷고 있다
다행히 비는 멈췄다

능선이 끝나고 내리막길이다
이제 30여분만 가면 산장이다

이정표
난 정상에서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간다

뒤돌아본다
생각보다 급경사이다
그리고 좀 더 내려가야만 한다

17:43분
드디어 산장이 보인다
산장 뒤의 길은 야리가다케로 가는 길이다
애초 내가 원했던
우라긴자 + 오모테긴자 코스라면 저 뒤의 길로 가야한다
 
그러나...
난 변형된 우라긴자만 가야하고..
산장 오른쪽이 신호타카로 가는 하산길이다
이 무렵부터 다시 비가 좀 더 내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주는 곳이다

내리막길을 10여분 정도 내려오면 산장에 도착한다

17:54분
스고로쿠고야(双六小屋) 도착
1년만에 다시 왔다
그때도 바람 불고 조금 비가 왔었는데...

06:03분  산행 시작

17:54분  산행 종료

산행 시간 11시간 51분
예정 시간 10시간 40분
내가 늘 시간이 오래걸리는 이유...
1. 산장에서 너무 오래 쉰다

2. 사진 찍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루에 약 200~300장..이 시간만 1시간 이상이다)
스이쇼다케를 갔으면...야간 산행할 뻔 했다

잘 선택했다
 
오늘도 많이 힘들었다

낯선 곳..

혼자라는 사실이 생각보다 더 힘들게 하는구나

아니면.. 점심이 부실해서 일지도..

그것도 아니면 사전 준비의 부족일 수도 있다

이곳에 온다고 부상의 우려로 2달 정도 산행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체력이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코스가.. 에보시다케에서 스고로쿠다케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반대의 코스가 더욱 많은 것 같다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 난 그것을 알길이 없다
 
산장에 도착해서 역시나 음료수부터 한잔 마신다

평소엔 음료수는 거의 마시지 않지만

장시간 산행을 하면 달고 신게 왜 이리 땡기는지..

행동식으로 신맛 젤리?를 샀지만 이걸로는 역시나 부족하다

뱃지를 하나 사고..
숙소 안내를 간단히 받고 자리를 배정받는다
 
이 곳은 도미토리 형식이라
문 밖에서 옷을 갈아입으려 짐을 정리하는데..
 
"피엘라벤 옷이다" 란 한국말이 들린다
 
그렇다
피엘라벤 옷은
이곳에선 거의 한국인만 입고 있어 옷만 봐도 한국인인 줄 알 수 있는 것이다
 
작년 야라기다케 산장에서도 캡바지를 입고 있는 한국여자를 봤었고
여기서도.. 본 것이다
(얼마전에 안나푸르나 다녀왔을 땐.. 서양인들도 캡바지를 종종 입고 있었다)
오직 감성으로만 입는...
기능성 제로의 옷
 
다시 한번 나의 장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기능 위주로 가야한다
감성은.. 이제 그만 되었다
감성은.. 날 지켜주지 못한다
 
아무튼..
한국분 세 분.. 남자 2명, 여자 1명
어느 코스로 오셨는지.. 알려주셨었는데..
기억이 안나는구나
(작년 야리가다케도 세 분이었는데^^
그때 다음에 갈 때 연락하라고 했었는데
같이 가자고.. ㅋㅋ)
 
일단 건조실 가서 입었던 옷을 말리고
샤워티슈로.. 헤어티슈로 땀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는다

 
작년엔 출입문 입구 쪽에서 빗물 받아 논 물통에서 1리터 200엔

(기억이 안난다.. 작년에 랜섬웨어 걸려서 날라가버렸음)에 받아 갔었는데
(올해는 물통을 못 봤던거 같다)
 
건물 안에는 수도로 만들어져 있다
(오오텐쇼흇테/노구치고로도 물통, 야리가다케는 한쪽에 수도로 되어 있다)
빗물인지 상수도인지 정수인지는 모르겠다
무료라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먹는다
혼자서....
 
시간은 이미 6시를 넘었기 때문에... 내가 거의 마지막 손님이었기에..
(물론 뒤에 몇명 더 들어왔다)
단체 식사시간?은 끝나 있었다
그래서.. 우동을 먹어야만 했다
배고픈데..
 
출입문 쪽에 스탬프가 있다
또 다시.. 원 지도에 커다란 스탬프를 찍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찍었다.  살짝...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오고 있다
내일은 비가 그치길 바래본다
 
산장은.. 
2번의 산행에서 11개 밖에 못 봤지만.. (나나쿠라산장 제외)
내가 본 산장 중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언제 지은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시설들이 깨끗하고 깔끔하다
잠자리도 2층 침대 8인실이었다
야리가다케, 노구치고로고야는 군대 침상
오오텐쇼흇테는 다다미방 4인실이었다
 
그리고 각 산장에 따라 배낭은 복도에 놓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지도를 유심히 살펴본다
우라긴자, 오모테긴자, 호타카연봉 및 카사가다케, 죠넨다케 등과
각 코스의 산장(49개) 및 소요시간, 들머리까지 교통시간 등이 간략하게 나와 있는 지도였다
산장의 홈페이지 주소가 필요해서 한장 구했다
 
내일이면 하산이다
이번 산행을 준비한지도 꽤 오래전인데... 벌써 내일이면 끝인 것이다
늘 이 시간이 오면 아쉬움이 가득하다
시간이 멈췄으면... 하며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