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알프스 오모테긴자 종주 - 2일차

2018. 3. 1. 03:48해외 등산/일본 북알프스 - 오모테긴자

여행기간 : 2017년 10월 3일 ~ 8일 (5박 6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2일차 (10월 4일) 수요일
 
 
이동 경로
 
호타카 - 나카후사 온천(中房溫泉 1462m) - 갓센사와노아다마(合戰澤ノ頭 2489m) - 엔잔소(燕山莊 2704m) - 츠바쿠로다케(燕岳 2762m) - 오오텐쇼다케/오오텐쇼흇테 삼거리 - 오오텐쇼흇테(大天井ヒュッテ 2650m)  (산행 거리 약 14km, 소요 시간 9시간 30분)


 
5시 20분 기상일찍 일어나서 산행 준비를 한다.
화장실에 있는데 트림이 계속 나온다
상태가 안 좋은거다
 

사발면을 먹고, 후르츠를 먹고, 푸딩을 먹고
 
탄수화물, 비타민, 당분을 모두 보충했다
 
하지만...이 모든 것들이 목에 걸려서 내려가질 않는다
토하고 싶다;;
그러자니 먹은게 없어지고..
체력소모가 생기고...
잘 때하고 출발전에 소화제를 먹었는데
상태가 좋아지길... 바래본다

새벽에 살짝 비 온거 같더니.. 비 왔다
 
 
중방온천행 버스

 
(Nakabusa Onsen hot springs)

시간표가 나와 있다

사전에 출력해 간 것과 같다

요일에 따라 운행시간이 다르다

잘 봐야 한다

다행히도 가오리씨가 알려줘서 자세히 봐서야 알게 되었다 
이미 몇몇 일본인과 서양인이 나와 있다


이정표를 지나 역 화장실로 가서 다 토한다
06시 10분;;;
택시기사가 흥정을 한다
5명에 7000엔 이었던가?
버스를 타면 1인 1700엔
저 작은 차에 5명?
조금이라도 일찍 가고 싶어서

나와 다른 일본인 1명은 타려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안 탄다
그래서 결국 버스를 기다린다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옆에 있는 가옥 한장

5분 뒤 버스가 왔다. 모두들 승차 중..
백패킹을 준비하신 분.. 부럽다

버스안 풍경, 일본의 모든 것..들... 작다

50분 가량을 이동하여 나카후사 온천 입구에 도착을 했다
비 온다;;;
서둘러 자켓을 입고 등산화를 조여메고, 미리 준비한 입산신고서를 제출한다
관리사무소?에서 약 50m만 올라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옆에 있는 화장실 들렸다가..

07:54분 산행 시작
'종주만 가면 비온다. 지랄같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입구의 안내판.. 뭐라뭐라 하는건지..
그런데..방송용카메라를 맨 사람들이 있다?
방송국에서 촬영을 왔나보다
어디지? 방송국명이 안 보인다
내심 나한테 인터뷰를 요청하길 바랬다
한국인은 나 뿐이었으니까..
한국말로 뭐라뭐라 궁시렁 될걸 그랬나?ㅋㅋ
이후부턴 비오는 관계로 핸드폰(s7엣지)로 촬영

이곳 나카후산 온천 ~엔잔소까지는 일본 3대 급등 지역이라고 한다
거리 5.5km, 고도차 1300m, 산행시간 약 4시간
설악산 오색코스를 생각하면 된다고 하던데....

제1벤치

이번 산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잘 한것 중 하나
1. 배낭 내에 김장봉투로 내용물 감싸기
2. 레인커버 준비
3. 행동식
(현재 생각나는 것들 ㅋㅋ 다녀온지 5개월 지났다 ㅋ)

보슬비가 내리는 관계로 알그론 자켓을 입고..
(방수 자켓이지만 혹시 몰라 발수제를 미리 도포해놨다. 물론 몇개월전에..)

일본의 등산로..
전혀 관리되지 않는다
일본의 등산 정보(가오리 블로그)에는 최소한의 시설만이 존재하며 자연 그대로의 보존이라고 한다
산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개인 부담
우리나라에선 생각도 할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지자체 잘못이라고 각종 민원을 넣을테니 말이다
(예전에 국제적인 경고가 있었을때 생긴 사고에 대해 일본인 부모는 대국민사과를 했고
같은 사안에 대해 우리나라 부모는 정부에 책임을 물었던걸로 기억한다
민족성의 차이)
뭐 암튼.. 이런 자연의 모습 좋아한다

제2벤치

고사목

제3벤치
아침부터 토했던 나는 벤치가 나올때마다 행동식을 하나씩 먹었다
이곳에서도 잠시 쉬는 동안 일본 어르신께서 말을 걸어오시는데
츠바쿠로다케, 야리가다케.. 이정도만 대답했던거 같다^^

어마어마한 나무의 뿌리
정말 오래된 산이란걸 알수 있다

갓센고야까지 5분
소금에 뿌려 먹는 수박으로 유명하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경사도는 힘들지 않다
어디가 오색 생각을 하면 된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급등지역 중 내가 가본 곳은
설악 오색, 지리 화엄사, 한라 관음사이다
모두 1400m 정도를 올라야 하는 곳들(거리는 모르겠다)
사실 이곳들도 그리 힘들진 않았다
천천히 올라가면 언젠가는 올라가는 것이 등산...

갓센고야
10:40분 (출발 2시간 50분)

수박을....기대했다...
하지만 계절이 겨울로 가는 길목이라.. 없다;;
슬펐다

도착 무렵 다행히도 비는 그치고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도깨비...치우인가?
아니겠지 ㅋ
이곳은 일본인데..

레몬음료수와 아침에 먹었던 사발면 구입
두개 750엔

별을 찍기 위해 준비한 미니 삼각대에 카메라 설치 후 한장
음료수는 벌컥 벌컥 마시고...
사발면은 생각보다 잘 들어간다
보온을 위해 운행 자켓을 입고 알그론은 뒤집어서 말린다

화장실 근처에 있는 물
손 씻는 전용이라고 적혀 있는 거 같다
지하에서 퍼 올리는 건지 얼음장처럼 차다

20여분 가량을 쉬고 다시 출발한다
저 멀리 엔잔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가져간...필름 카메라로 몇장 찍어본다
(정말 열심히 찍었는데...나중에 기대하며 현상했더니 고장 나있었다.. 필름을 프레임에 맞게 감지 못하더라ㅡㅡ;;)

방송국 촬영팀(..인줄 알았다^^)
출발할 때 분명 내가 먼저 올랐는데..
추월한 건 못 봤는데..
사발면 먹을 때 올라갔나 보다^^
저 무거운 장비를 메고 오르다니..
대단대단..
내 필름카메라를 보더니 신기한 듯 다가온다
아버지거라고 자랑을 했다 ㅋ

'뇌조' 라는 새가 산다..라는 그런 내용일 듯
북알프스의 상징적인 새..
그러나 나는 못 봤다

약 1시간 정도 남았다
여기까지도 그리 급경사다...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엔잔소

이런 등산로.. 우리나라도 초기의 등산로는 이랬었겠지..

능선이 바로 코앞이다
이곳은 엔잔소 야영장
왼쪽은 산장, 오른쪽은 일본 정원이라는 츠바쿠로다케이다

12:15분 (산행 4시간 20분)
산장이 보인다
예정한 시간보다 일찍 올라왔다
(계획상으론 모든 기점에 30~60분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뒀다)

그리고 그림같이 펼쳐진 북알프스의 풍광
오전의 비로 인한 멋진 구름과 맑게 개인 하늘...저 멀리 보이는 북알프스의 상징 야리가다케의 삼각봉
완벽했다!!

얼마 안되는 등산 경력에서
백롬담을 처음으로 두눈에 담았을 때..
중국의 모우평 초원에서 눈 앞옥룡설산의 거대한 산맥에 숨이 멎었을 때...

그 때보다도 더욱 더~~

오른쪽은 츠바쿠로다케 녹색과 아이보리색의 조화
역시 일본 정원이라 불릴만 한것 같다
실제로는 어떨지...

정원으로 갈 준비를 한다
왕복 1시간 코스
한글 이정표...많은 한국인들이 이곳 북알프스를 찾는다

참고로 1년에 북알프스를 찾는 한국인은 약 1000여명 정도
그 중 90% 이상은 가미코지 ~ 야리가다케 ~ 호타카 연봉 ~ 가미코지 코스로 간다
고 한다


그 덕에 2박 3일간의 오모테긴자 코스에서 한국인은 오직 나 혼자였다
남들 하는대로 따라 하는 건 싫다
그리고 굳이 호타카 연봉으로 가서 목숨을 건 산행을 하고 싶지도 않다

정원을 보니.. 구름이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말로 신기한 광경

잠시뒤 촬영팀이 올라오고 사진을 부탁해서 한장..
난 이미 지쳐있었다
이틀간에 걸친 연속된 구토로 인해 생기를 잃었다
이 사진은 지금 내 폰 배경화면이다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기도 하지만 내게 첫 환희를 안겨 준 장소이기도 하기에 좋다

먼저 산장으로 가서 식사를 예약을 하고 배낭을 놓고 다녀올 생각이었다
산장 앞 이정표
왼쪽 : 야리가다케, 오오텐쇼다케, 죠넨다케
오른쪽 : 츠바쿠로다케, 나카후사 온천

산장 앞 조각
산장에서 레몬음료수 하나 벌컥벌컥 마시고
안되는 영어, 일본어로 카레덮밥을 예약할 수 있나?~~
어쩌고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어찌저찌 식사가 가능하다고 하고
바깥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여권, 지갑만 들고..)
정원으로 출발한다
중간 중간 뛰어갔다.. 모르는 곳에서 이러는 건 자살행위다. 제발 그러지 말아라!!

여전히 구름은 능선을 넘지 못하고..

현재 이곳은 단풍시기
우리나라는 추석 연휴지만 일본은 그저 평일일 뿐이라 사람은 많이 없다

유명한 돌고래 바위, 정말 닮았다

뒤돌아보면.. '멋지다' 란 말뿐..
왼쪽은 온통 구름이라 하얗뿐...
2박 3일간의 일정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다

호타카의 다이기렛토나 야리가다케의 삼각봉이 날 오게 한 것이 아니다
오직 이 능선이 날 이곳으로 오게 만든 것이다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에어쇼 같은 하얀 구름
푸르른 하늘
녹색과 아이보리
능선을 넘지 못하는 구름
이 이상 무엇이 필요하리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생명들

누군가들의 소원들

안경바위
이건 좀.. 아닌 듯^^

올려다 본 하늘은 파란 하늘과 구름..그리고 바람의 시간이다

한번 더 뒤돌아 보고

12:56분
정상 도착
오르는 길은 뭐라 해야 하나..
마사토? 같은 작은 돌 알갱이들로 되어 있는 길
나무 계단이 형태라도 있어서 오를 수 있었다
동전 몇개 올려놓고

셀카 한장 찍고 하산한다

되돌아가야 할 거리
시간은...현재 머물러 있는 곳은..
늘.. 되돌아가야만 하는 것이구나
내가 가야할 곳으로..
내가 있던 곳으로...

잠시 뒤 올려다 본 하늘엔 해무리가 보이고
난 돌아간다

산장에 도착해서 주문한 카레 덮밥을 가지고 벤치로 온다
음.. 사진을 안 찍었구나..
찍을만 하지도 않다
맛 없고... 짜다!!

북알프스를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맥주 사진을 찍지만 난 관심도 없고
배낭과 츠바쿠로를 함께 담아본다

식사하면서 양말도 말리고.. 사람 따위는 관심도 없는 참새
정말로 관심도 없다
3일차 하산 때 완벽히 깨달았다

쉬는 동안 정말 여러 나라의 말을 들었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 그리고 나..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이곳..
하긴 북알프스란 이름 자체가 서양 누군가가 알프스를 닮았다 해서 붙이거니까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슬슬 떠나야 할 시간이다

화장실
왜 이리 작은건지
일본의 모든 것.. 작다

이정표에서 한장 찍고 싶어 구도를 잡기 위해 여러장을 찍었다
구름이 몰려와 츠바쿠로가 점점 안보여지는 상황인데..
사진을 부탁해서 한장 찍었는데..
구름 속이다^^

14:02분 산행 개시
약 40분 가량 쉬었다
츠바쿠로를 다녀온 것 포함해서 이곳에서만 2시간 가량을 보냈다

나 홀로...
이 길을 걷고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나카후사 온천에서 이곳까지 올라와 원점회귀 한다.
야리가다케를 목적지로 가는 등산객은 많지 않다
일본인도, 중국인도, 한국인도, 서양인도...

내가 이곳에서 쉴 때 오오텐쇼 방향에서 오는 중국인과 서양인이 있었다
그들은 어느 코스로 왔을까...

그들은 그들의 목적지로...
난 나의 목적지로 향한다

나를 이곳으로 이끈 능선을 걷기 시작한다
내 머리속에서는 두개의 생각 뿐..

아..또 넘어올 거 같아
저 멀리 보이는...내가 반한 능선으로 어서 가고 싶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난 그렇게 많은 고민과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항공권은 2월에 이미 예매를 해놨는데
자꾸 회사 일이 늦춰지고만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이번 산행도 못 올 뻔 했다
8~9월 2개월은 정말 마음 고생이 심했다

몸 만들어야 하는데 운동은 못하고
계속된 야근과 주말 근무로 인해 체력은 약해져만 가고..
거기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긴장과 답답함에...

결국 난 이곳에 있다
하지만 난...
슬픔과 우울함과 기쁨을 함께 느꼈다

오전에 내린 비로 이 곳은 운무가 가득하다
그 곳을 걷고 있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런 곳에 있다니...
그 운무가... 해발 2700m의 운무가.. 날 감싸고 있는 것이다 

 

14시 35분 출발 33분
오오텐쇼다케까지 5.6km

능선을 넘지 못하던 구름이 넘기 시작한다
오늘 벌써 날씨가 몇번 변한것인지..
비, 맑음, 구름...

이 능선을 지나면서 난 왼손을 뻗어본다
구름을 만져보고 싶었다
(어쩌면 안개일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구름은 능선을 넘지 못하고
난 만져볼 수 있게 조금이라도 손을 더 뻗어보고..
그 순간은.. 행복했다

이 나무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까?
살아 있는 나무의 죽은 뿌리?
오랜 세월동안 바람에 의해 휘감긴 이 모습을...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츠바쿠로는 이미 구름에 가려져 버렸다

아마 여기 쯤에서 또 다시 구토를 한거 같다
계속 목에 걸려 있던 맛없는 카레 덮밥
이로써 어제부터 지금까지 6번 토했다
나도 참 대단하다
이 정도면 몸의 진은 다 빠져버리고 아무것도 못해야 하는 거 아닌가?
행동식으로 버티면서 힘이 없어 더디긴 하지만 열심히 잘 걷고 있다
운동을 더 못한 것이 후회가 되지만..
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날을 준비했다

14시 53분
약 20분만에 2km 걸어왔다
능선길이 편하다 (맞나? 엄청난 속보인데? 사진 기록이니..믿어야 하지만...^^)

위 이정표를 지나면 약간 내리막 길이다
한쪽 방향으로만 뻗어 있는 가지들
바람..자연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나보다
그저 순응할 뿐

여름에 왔으면 많은 꽃을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
산행 중 이 꽃을 듬성듬성 보게 된다
(나의 일정이 끝난 후...10월 중순이면 북알프스의 산장들은 겨울을 맞이하여 휴업에 들어간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멀리 보이는 건 온통 하얗다

16시 22분 (총 산행 8시간 26분)
엔잔소에서 2시간 20분 지났다
죠넨다케 삼거리
여행사 기준으로는 지금 오오텐쇼흇테에 도착해야 한다

왼쪽은 죠넨다케, 직진 야리가다케
죠넨다케는 하산하는 코스로 생각하면 될거 같다
(1박 2일은 해야하는 거 같다 - 코스가 있다는 것만 알지 공부는 안해서 잘 모름^^)

16시 37분
난 최고의 절경을 보았다
2박 3일간의 산행 중 이 순간이 가장 큰 감탄을 한 때이다
츠바쿠로 능선을 올랐을 때보다도 더욱 더..
나도 모르게 탄성을...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저절로 내 뱉은 말
"이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서 날 힘들게 한거야?!!!"
흐린 안개속을 걷는 듯한 그런 몽환적인 시간에서
갑자기 트인 시야와 구름... 햇살..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야리가다케..
이 모습을 또 보고 싶고 보려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구름뿐
저 곳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산이 있는 건지 평야인지..
이 위치는 정확히 어디인지 기억하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길을 햇갈려 했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지도를 자세히 보니 보이진 않지만 우라긴자 코스이다)

혼자서 이 순간을 감탄하며 가슴속 벅참을 느끼고 있을 때
방송국 사람들이 온다
어? 언제 온거지?
엔잔소에서 출발할 때는 얼굴도 못 봤는데?
분명 1시간 정도는 앞서 출발한 거 같았는데?
이때는 몰랐지만 일본인들은 산을 정말 잘 탄다
어느 순간 나타나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산은 언제나 위험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촬영 장비를 갖추고 산행을 하다니...

사진 구걸을 하기 위해 한장 찍어준다 ㅋㅋ

그리고 왼쪽 친구가 찍어 준
(나중에 알게 된 건.. 이 친구가 야리가다케 산장 사장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걸 물려받았다
전에 검색에서 봤었던걸 돌와와서야 알게 됐다) 

내 산행 인생에서 첫번째라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진
(차마고도도 옥룡설산도 최고였지만 여기는 온전히 나 혼자만의 힘이다)

이 순간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이곳은 오텐죠다케 정상 밑의 능선
오오텐쇼흇테(산장)으로 가려 하는데 살짝 방향을 잃는다
지도에선 한길 오직 직진 뿐이라 난 앞으로(우라긴자 쪽) 가려 했다
혹시나 해서 일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왼쪽으로 가라고 한다
'이상하다?' 하면서 왼쪽으로 50여m 정도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다시 물어본다
왼쪽을 가르키며 '오오텐쇼흇테?'
그렇단다 ㅋㅋ

지도를 다시 한번 보니
이곳은 약간 오목하게 길이 되어 있다
난 지도에서 평면으로 오목한 곳을 걸어온거고 그 꼭지점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왼쪽으로 가는 것이 맞을 수 밖에 ㅋㅋ
직진했으면 길이 없다 ㅋㅋ

고마운 마음에 야리가다케를 담고 있는 모습을 저도 담아봅니다
카메라를 맨 친구는 막내같은데

저 무거운 걸 들고.. 60~70리터는 되어 보이는 배낭을 메고..
한손으로 이 험한 산을 오르고 있다

오텐죠다케 정상
이 곳에서는 갈 수가 없다
이 오텐죠다케를 두고 좌우로 산장이 하나씩 있다
다이텐쇼우와 오오텐쇼흇테
한문 표기는 모두 '大天' 으로 시작되나 발음이 다르다
모두 맞는거라고...검색에 나오더라
구글 번역에도 그렇고 ㅋㅋ

산장까지 30분

걸으면서 왼쪽 위를 올려다 본다
여기는 걸으면서 조금도 방심을 할 수가 없다
등산로 자체가 그렇다

뒤도 돌아본다
걸어온 길이.. 차마고도를 떠오르게 한다

첫날의 위험한 구간
활락주의(일본은 '활락' 이라고 그러는구나)
근데..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다
그저 이정표 달랑 하나뿐
이런 길을 박배낭을 간다는 건...

해는 점점 기울고 있다
멀리 야리가다케의 삼각봉이 보이고
멋진 구름과 태양..
힘은 들지만 이 광경에 빠져든다

17시 20분
드디어 산장이 보인다
능선을 깍은건지..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아서 산장을 지었단 말인가..

암튼..
산행 약 9시간 30분
애초 계획은 10시간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8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그래도 첫날의 산행은 편한 능선길이라 다행이었다

뒤로 가면 엔잔소
왼쪽은 죠넨다케
오른쪽은 야리가다케 7.5km 얼마 안되네

일본에선 산장에 보통 5시까지는 도착을 해야한다
그래야 식사나 숙소를 사용할 수 있고 그게 이들의 예의라고 한다
난.. 조금 늦은 외국인

산장주인이 받아주고(?^^)
오렌지쥬스 하나 구입해서 들이킨다 (연속된 구토로 비타민 부족 상태이다)

산장은 온통 나무로만 되어 있다
난방은 오직 난로 뿐

2층에 자리를 배정받고 짐을 내려놓고 내려와서 밥은 먹는다
검색했을 때 오직 한가지 메뉴였던 카레덮밥

맛없다!!;;;;
정말 일본 음식 맛없다
정말로 살기 위해 억지로 먹고 있지만 불안불안하다
언제 또 게워낼지...

오늘은 추석.. 음력 8월 15일이다
그래서 보름달이 아주 크고 밝다
더욱이 난 해발 2700m에 올라와 있으니.. 더욱 클 수 밖에..
구름이 오텐쇼다케를 넘어가려 하고 있다
 

내려왔던 길을 살짝 올라가
(슬리퍼 신고..조마조마 했다. 쫌!! 조심하라고!!!)
밝은 달빛에 별이 얼마 보이진 않지만 억지로 찍어본다
덕분에 별똥별을 찍을 수 있었다

대보름이라.. 일본도 그게 있는 건지
숙소에서 파티(대보름 무슨 파티라고 했는데..)를 합니다
전 당연히 불참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데 이곳에 있어 뭐하리오

방송국 친구한테 사진을 보내줄테니 페이스북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이곳에선 와이파이도 데이터도 잡히지 않는다
되는 듯하다가 안되고, 되는 듯하다가 안되고..
결국 이메일을 알려달다고 했다

보름달

10월 초.. 이 시기는 단풍철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그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미코지 코스로 오고 이곳은 오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은 평일이라 사람이 더욱 없어 산장에는 10여명 뿐이다

덕분에 8인실을 2명이 사용한다

20시
이곳 산장은 20시에 소등을 한다

컨디션이 악화되어 있어 남는 이불을 모두 깔고 덮고..
(다다미방이라 바닥이 차고 바닥요는 엄청 두껍다)
가져간 보온 의류를 모두 입고...
머리까지 이불을 덮었다

그럼에도...
오한에 바들바들 떨면서 잠든다...

하지만...
30분 만에 깬다
다시 잠들려 했는데..
이때부터 고산증인지 뭔지 모를 증상이 나타난다

중국 옥룡설산에서 3600m까지는 고산증이 없었고
빠른 속도로 산행도 했었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여기선..2700m..
컨디션이 안 좋으니 고산증이 온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누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조금만 움직이면 숨이 찬.. 이정도 라는 것..

하지만...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다가 잠시 나가서 물도 마시고
화장실 가서 구토 하면서 시계로 체온을 보니 25도
신발 말리는 곳으로 들어가 고산증 증상을 확인하고 싶어

폰을 봤으나 인터넷 불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다시 들어와 누워본다
하지만.. 역시나..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안되겠다 싶어서 챙겨간 약을 먹는다
자이데나와 이뇨제
두 개를 같이 먹어도 되는지도 모르겠고..

 
모든 것이 알지 못하는 경험
그것은 모든 것이 공포!!

이곳은 일본, 말 안 통하는 외국
오직 나 혼자 있다
라는 사실이...
그래서... 잠 들면 안된다는 생각에 앉아 있다
앉아 있거나 움직이면 괜찮은데 눕기만 하면 상태가 안 좋아진다

그리고 다시 눕는다
하지만...
잠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온 몸, 온 신경, 온 정신을 괴롭힌다
잠들면 죽을 거 같았다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만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아침에.. 살아 있으면... 나카후사로 원점회귀..되돌아가자.. 무리다..'
(살아 있으면..이라니..;;)
'되돌아가는 것도 하루인데.. 에휴~~~'
"살아야 한다!!!"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그렇게 어두운 밤을 공포 속에서 보낸다...


그러다 1시간 정도 잠들었는데 체온도 올라오고 오한도 사라지고
고산증 같은 증상도 나아졌다
내일 일정대로 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야리가다케를 가면 분명 한국인도 있을테니...




ps : 2일차  기록을 남기는데 6일이 걸렸다. 장장 4일에 걸쳐서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