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협 & 옥룡설산 5일차

2016. 7. 15. 01:02해외 등산/중국 호도협 & 옥룡설산

 

여행기간 : 2016년 2월 6일 ~ 14일 (8박 9일)

여행종류 : 해외 등산, 자유 여행 

 

 

제 5일차 (2월 10일) 수요일

 

 

 

이동 경로

 

 

 

모우평 트레킹

 

자면서 손끝에 피가 쏠리면서 계속 붓는 느낌이 난다

이뇨제를 먹어서 그런건가?

손을 계속 움직여 보고.. 손에 쏠린 피를 내려보겠다고 자다가 손을 번쩍 들고 흔들어도 본다

그래도 별 차이는 없다

 

일어나서 물어보니 이뇨제를 먹은 사람들은 다들 그런 증상이 있다고..

 

아침으로 빵을 조금 먹고

혈액순환이 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손을 따보기로 한다

 

나를 따 주고 있는 우영이생각보다 피가 철철 넘쳐난다아직은 살아있구나!!^^

 

트레킹

시간이 부족할 듯하여 전날 빵차 예약 시간을 변경하려 했으나 못하고

8시 30분 쯤 숙소를 나온다

 

호도협때의 빵차 기사가 왔다

마음에 안 든다

 

가는 도중에 차가 막힌다

빵차 기사는 이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좀 지나니...

빙천 공원 가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옥룡설산  공원에 입장하여 모우평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인원을 모두 채워야만 출발한다

 

모우평까지 약 40분 정도 걸렸다 

 

케이블카를 타는데...

 

아..이건 그 옛날 자연농원 놀이기구 같다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안에서..

그 짧은 시간도 1초 1초 지날 때 마다

저 멀리 옥룡설산...설산이 조금씩 모습을 보여준다

회색의 산과 하야디 하얀 설산..

그리고 더욱 더 하얀 구름이 나를 반기고 있다

 

지금 이 글은 쓰는 것은 거의 11개월이 지나서이다

 

그럼에도 이 사진을 다시 보니 '가고 싶다' 라는 생각만 들뿐이다

그 순간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것이 어리석었음을 알게 해준다

 

어디에 있던.. 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즐겨야 한다

 

한국의 산은.. 1000m 이상의 산을 올라가면..

정상 밑에 구름이 있다

 

그러나 이곳 옥룡설산은 4000m 이상의 산인데도..

구름이 정상에 걸쳐 있다

 

역시 세상은 넓고..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는 모든 것이 다르다

단지..

사람이 살고..그들도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 같을 뿐..

 

도착하여 바라 본 경치는....

옥룡설산이 눈앞에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경치는 그 자체로 경이롭다

저 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모우평의 초원에서 야영을 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해도 괜찮을까?

위험하진 않을까?

날씨의 문제는 없을까?

 

 

그러나 도착한 시간이 늦어 애초 목적지까진 가지 못할거란 판단에 

오후 2시경에 무조건 하산하기로 하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오면 바로 보이는 설화사..

정말 엊그제 같다

 

도착했을 땐 따듯해서 모두들 옷을 벗게 했는데...

설화사를 지나자마자 바람이...

옥룡설산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다들 내피를 입기 위해 설화사로 잠시 대피..

 

설화사에서 옷을 갈아 입는 동안에

형조와 나는 그냥 여기서 갈아 입고 사진 한장씩..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

편안한 능선길이다

아니..능선이라 하기엔 엄청나게 넓다

산등성이? 초원? 뭐라 불러야하는지 모르겠다

 

야크를 방목할 정도의 드넓은 초원은 확실하다

 

고산증의 염려로 모두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번에도 난 고산과는 상관없이 앞서 나간다

하지만 한국의 산을 타는 것처럼 속도를 낼 수는 없다

조금의 활동량에도 숨이 차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

아무런 증상도..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정신적으로.... 

'지금 이 상황이 힘들다

어서 벗어나고 싶다' 는 생각 뿐

 

도대체...난 이곳에 오기 전에 무엇을 하고 온 것인가?

왜.. 하필...오기전에...

 

아...이런 풍경을 어디서 볼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산은 오직 오르고 내리고..

이것 뿐이다

 

이곳은...더욱 더 가파르게 오르고..

그 오름을 멀리서 바라만 보게 하는 넓은 초원이 있다

경이롭다

 

 

오르면서 왼쪽의 옥룡설산은 여러 각도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경치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모든 것을 여유롭게 만든다

 

고산으로 인한 느릿한 걸음

경치에 넋을 잃고 마는 그 모습

 

날도 좋았다

난 유달리 더워 가슴을 계속 열어놓고 다니며

중간중간 설산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시원한 바람을 정면으로 맞이한다

 

지금껏 한라산의 바람이 가장 시원했었다

 

그러나..

옥룡의 바람은 그 이상을 느끼게 해준다

 

이것은 너가 모르고 있던 시원함...

이것은 너가 모르고 있던 산의 매력..

이것이 너가 모르고 있던 세상이라고...

바람을 맞이 할수록 빠져든다

 

꼭!!! 다시 오고 싶다

이 시원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라고

 

지금도...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모우평의 트레킹 코스는

나즈막한 언덕이다

선자령과 비슷하다고 할까?

 

야크의 평원..

야크를 방목하는 곳이다..

지천이...걷는 발걸음 걸음마다 밟히는 것이

야크 똥이다

 

그럼에도 즐겁다

내가 이런 곳을 오게 되다니..

내게도 이런 순간이 오다니...

이런 순간이 있다니..

 

왜 이런 즐거움을 미처 모르고 살았는지..

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았는지..

 

이제부터라고들 말하지만..

이제부터 시작해봐야 이미 늦은 것이다

그건...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다.............

 

목축을 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

우리가 왔을 때는 야크도...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의 무게를 느끼며..

발걸음을 독촉한다

마음이 급하다..

난...문제가 없었다

체력도...호흡도...

 

그러나 함께 한 이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해야만 한다

 

함께 하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니까..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없고...

시간은...

언제나 박하다

 

그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

난...

무기력하기 때문에...

 

출발도 늦었고...차도 막혔고..

늦어도 2시에는 하산을 시작해야 하고..

고산증 우려도 있어 속도도 낼 수 없고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여

결국..중간에 하산하기로 결정

 

속은 타들어간다

다시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왜 이렇게 일이 꼬여서...하고 싶어도 못하는가..

 

수목한계선에서도 살아남은 나무들

 

 

파란 하늘과 구름 한 점 없는(구름은 옥룡설산에만 걸쳐 있을 뿐) 날씨..

따스한 햇살..

더 없이 완벽한 날..

 

그러나 내 마음은..

시간의 부족...

마음의 어지러움으로 인해

흐트러져 있었다..

 

올라가는 그 순간 순간에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설산

어찌 저리도 냉정한 모습으로 장엄함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

저 마력에 빠져..

산악인이 되는 것인가?

 

모두들 고산지대라 힘들어 한다

현재 높이 약 3700M

 

난...아무렇지 않다

그저 한걸음이라도 더 빨리 더 멀리 가고 싶을 뿐

 

 

 

설산소옥(해발 3800M)

여행사에서 만든 대피소이자 점심 장소

하지만...자물쇠로 잠궈 놓았다

 

다른 등산객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만일 오늘 기상이 좋지 않았다면....

저 대피소는 생명을 구하는 귀중한 장소가 될 것이다

 

일행들이 하나 둘...오고 있다

 

따듯한 햇살이 비추는...

대피소 벽에 기대어 간식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시간 관계로 하산한다

 

설산 쪽의 구름이 출발 때보다 심상치 않다

하산을 서두룬다

 

구름이 많아지고 있다

왠지 불안한 마음..

역시 산은...높은 산일수록 예측 불가

 

내려오는 중간 중간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드는 생각은 오직 단 하나!!

 

이곳에서 야영을 하고 싶다!!

별을 보고 싶다!!

꼭!! 다시 오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말 다시 가고 싶다

 

파노라마 코스는 옥룡설산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코스다

당연히 이 곳으로 하산

 

우석이가 찍어 준 사진

그 동안의 수많은 산행에서 오직 이 사진 하나!!

이 사진 만이 내 기분을 온전히 표현해주고 있다

 

올라갈 때 푸른 하늘이었으나 흐려져 있다

잠시 후 싸리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면에는 비롯 구름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파란 하늘

저 멀리 설화사가 보이기 시작하고...

 

하산도 끝나가고 있다

이 길이... 끝나는 것이다

 

이 곳을 오기 위해 몇달 전부터 준비를 했지만...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준비를 못하고 온 거 같다

 

이것이 계속 날 짜증나게 한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 것인데...

아직도 더 맞아야 하나보다...

 

싸리눈을 맞으며 무사히 하산 완료

만약 일찍 도착하여 종점인 '설련대협곡' 까지 진행했다면 날씨로 인해 낭패를 볼 수도 있었을 뻔 했다

 

16시 10분 하산을 완료하고 케이블카 타고 산 밑으로 내려감

눈이 제법 오고 있다

 

하산 후에...
다른 곳은 들리지 못하고 숙소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간다..

 

숙소 객주인이 소개해 준 식당

야크 고기를 파는 곳이다

 

이번에도 술을 마신다

혼자 빼갈..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엔 어김없이 빼갈이다

 

그냥...술로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을 뿐이다

맨 정신으로 있기엔...

힘들다...

 

 

 

식사를 마친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곳 리장의 조명은 은은한 붉은 빛이 감도는 전구색..

 

조명 속에서 며칠을 있었더니..

처음에 이쁘게 보이던 것이..

뭔가 모를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무엇일까?

알 수 없다

깊이 생각해 보질 않았으니...

 

이렇게 옥룡설산 트레킹도 마치고...

이번 여행의 주요 일정들을 무사히 마쳤다

 

버텨 준 나의 무릎에 고마움을...

나약한 나의 마음에...용기를...